[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민주당 상임고문을 지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5일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그가 내세운 명분은 '국민통합'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민대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며 "외롭고 고단한 여정이 될지라도 지역갈등 해소, 보수와 진보가 소통하는 국민대통합 화합을 보람으로 여기고 묵묵히 걸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의 정치역정으로 인해 영호남 지역화합은 물론,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의 화합을 대외적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정현 최고위원이 "아직도 산업화와 민주화, 지역, 계층 간의 반목과 갈등이 우리사회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며 "모든 것을 넘어 아픔을 치유해야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고 그 바탕 위에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번 영입이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한 전 대표는 지난 4.11 총선 당시 서울 관악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유기홍 현 의원과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에게 밀려 컷오프에서 탈락했다. 이어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을 모아 정통민주당을 창당했다.
정통민주당은 한 전 대표를 비롯해 김덕규 전 의원 등 과거 민주당을 이끌어왔던 구세력들이 만든 정당이다.
정통민주당은 4.11 총선 당시 야권 단일후보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초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은평을(새누리 이재오 49.5%-통합진보 천호선 48.8%), 서대문을(새누리 정두언 49.4%-민주통합 김영호 48.5%), 의정부을(새누리 홍문종 49.1%-통합진보 홍희덕 45.5%), 평택을(새누리 이재영 44.8%-민주통합 오세호 42.7%), 안산단원갑(새누리 김명연 43.4%-통합진보 조성찬 36.9%) 등 5개 지역에서 승부를 가르는 역할을 했다.
1~2%의 초박빙 승부가 펼쳐진 이들 지역구에서 정통민주당은 전통적인 구 민주당 지지층의 표를 적게는 2%에서 많게는 7%를 가져가며 결과적으로 야권 후보들에게 고배를 안기는 대신 새누리당 후보들의 승리를 도왔다.
그리고 지역구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한데다가 비례대표 득표율도 0.22%를 기록하며 해산했다.
결국 한 전 대표 등은 현재의 민주통합당과 함께 할 가능성은 사실상 스스로 봉쇄한 상태였다. 따라서 새로운 정치활로를 뚫기 위해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새누리당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고는 하지만 오래전부터 호남지역의 대표성을 상실했다고 보는게 정설이다. 한국 정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표성을 잇고 있는 것은 현재의 민주통합당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의 안대희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정치쇄신특위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통합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민통합 이미지를 주기보다는 자칫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로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한 전 대표 영입이 박 후보가 도모한 국민통합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로 비판받을 것인지는 조만간 성적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