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문제는 '기업'이 아니고 '재벌'입니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 새로운 기업의 출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반칙과 특권으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경제단체로는 처음으로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재벌 개혁'을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국상공인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적지 심장 한복판에 개혁의 칼날을 들고 들어선 것이다.
간담회에는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백남홍 을지전기 회장 등 전국 상의 회장단과 전국에서 400여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기업인들은 문 후보에게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된 재계의 우려를 전하고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문 후보는 기조발언에서 "비난을 받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말해야 한다"며 "오늘 여러분들을 뵙고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재벌 중심, 토목 지향, 수출편향의 외날개 성장과 불공정 경제를 이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인식한 듯 재계를 안심시키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재벌개혁 구상을 발표한 뒤 재계에서 대기업의 경제활동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지, 투자와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단언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는 결코 기업을 옥죄는 조치가 아니다"며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경기규칙을 잘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또 "대기업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더 높은 성장을 이루기 위한 한쪽 날개"라며 "하지만 공고한 '재벌체제'로 인해 새로운 대기업은 더 이상 나타나지 못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사업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의 기조발언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일자리 창출 문제를 비롯해 조세, 노사관계, 서비스산업의 발전 방안 등 다양한 경제 문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첫 번째로 질문을 던진 민종기 경기 화성상공회의소 회장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부담을 지게 되고 결국 더 힘들어진다"며 "문 후보의 진정성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문 후보는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물론 부담일 수도 있다"며 "다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중산층의 소득 증대와 소비 진작은 내수를 활성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장소와 시간의 한계로 물론 상세한 정책을 다 설명해줄 수는 없었겠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이야기들을 해줘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