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盧 남북회담 앞두고 "NLL 건드리지 말고 오라" 지시

2007년 11월 민주평통 연설에서 밝혀, NLL 논란 "땅따먹기"로 비유도

입력 : 2012-10-19 오후 3:18:25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주장이 중구난방에 가까운 논란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11월1일 민주평통상임위원회 연설에서 문제의 "땅따먹기"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NLL을 둘러싼 남북간 갈등을 "땅따먹기"에 비유했으며, 오히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 관계자들에게 "NLL은 건드리지 말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盧 "땅따먹기" 발언,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나와
 
노 전 대통령은 10.4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11월1일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제51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NLL 문제에 대해 "괜히 어릴 때 땅따먹기 할 때 아무 이해관계도 없이 땅에 줄 그어놓고 니 땅, 내 땅하고 막 싸우고 그런다. 어릴 때 둘이 앉는 책상 가운데 줄을 칼로 딱 그어 놓고 넘어오기만 해봐라 하고. 꼭 그것 비슷한 싸움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NLL선에 대해 "그림 대강 그려도 괜찮다, 사실은. 그러나 대강 그릴 수 없다"면서 "그게 지금 우리의 비극이다. 대강 그려도 아무 문제 없는데 어느 쪽도 대강 그릴 수 없는 그 심리적 상태, 이것이 우리의 비극이다.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 관계자들에게 "가서 헌법 건드리지 말고 와라, NLL 문제 얘기다. NLL 그거 건드리지 말고 와라"라고 지시한 사실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북쪽의 주장은 NLL이 합의해서 그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라면서 "합의를 안 한 건 사실이다. 저는 법률가니까 그것을 들고 나오면 참 많이 궁하다. 그렇다고 해서 '법적으로 합시다' 하고 내 맘대로 자를 대고 줄을 긋고 내려오면, 제가 내려오기 전에 우리나라가 발칵 뒤집어질 것 아니냐. '좌파 친북 대통령 노무현은 돌아오지 말라'고 플랜카드 붙지 않겠냐. 그러니까 건드리지 말아라 이거다"고 밝혔다.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제일 큰 성과..새로운 질서 구축"
 
그는 이어 "설사 NLL에 관해서 어떤 변경 합의를 한다 할지라도, 이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왜냐하면 대한민국 헌법에는 북한 땅도 다 우리 영토다. NLL이 위로 올라가든 아래로 내려오든 그건 우리 영토하곤 아무 관계가 없는 거니까 헌법하곤 관계가 없는 것이다. 어떻든 NLL 안 건드리고 왔다"고 말해 당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제일 큰 성과는 서해평화협력지대의 설치다. 그곳에서 계속 분쟁이 일어난다"면서 "충돌은 다시 없도록 해야 되겠고, NLL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이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어떤 해법이 뭐겠나"라고 자문을 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군사적인 문제는 좀 묻어놓고, 경제적인 문제를 가지고 새로운 질서를 한 번 형성하자고 해서, 해주 개발하고 개성공단과 인천을 엮어서 세계경제를 향한 3각의 남북협력특별지대를 만들자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그 지대(서해)에서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데 필요한 만큼 배도 좀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는 그런 새로운 질서를 우리가 구축하면, NLL 건드리지 않고도 거기에 총질하지 않는 질서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냐. 참 머리 잘 썼지요"라고 자평했다.
 
◇역사는 돌고 돈다지만.. 5년 전 "땅따먹기" 논란의 재현
 
노 전 대통령의 이와 같은 연설이 있은 뒤 일부 매체들은 노 전 대통령의 "땅따먹기" 발언에 주목하면서 현재와 비슷한 'NLL 논란'이 벌어져 눈길을 끈다.
 
<문화일보>는 노 전 대통령의 연설 다음날인 11월2일 "'땅따먹기' 비유까지 치닫는 노 대통령의 NLL 망언"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고, <데일리안>도 같은 날 "노 대통령 'NLL 땅따먹기' 비유 논란"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는 11월3일 "순국장병 모독하는 대통령의 NLL 궤변"이라는 제목의 사설로 노 전 대통령의 안보관을 지적했으며, 당시 열리던 국정감사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11월5일 김기호 당시 부대변인의 "NLL 발언, 호국영령 모독하는 노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의 말인지 모르겠다"며 "이 말은 '휴전선도 영토선이 아니다'와 같은 맥락"이라고 반발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 및 여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방,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안보관 때리기가 5년이 지난 뒤에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盧, 10.4 선언 1주년 맞아 남북관계 악화 이명박 정부 비판
 
노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NLL 연설 이후 2008년 2월 퇴임하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해 10월1일 10.4 선언 1주년을 맞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이는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이 10.4선언 자료를 "가져오라"고 해서 당시 통일비서관이던 정문헌 의원이 '대화록'을 봤다고 한 바로 그 장면이다.
 
이 의원은 "정문헌 의원이 당시 청와대 통일 비서관일 때 습득했을거라 추측되는데, 대화록을 본건지 분석자료를 봤는지 본인 만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제 불거진 건 10.4선언 1주년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MB가 잘못됐다' 비판했습니다. MB가 10.4선언이 뭐냐. 가져와봐라. 그래서 보니까 미국이 땅따먹기했다, NLL 주장 안하겠다 등 나와있다고 정 의원이 들은 거같아요. 보고과정에서. 자세히 말하면 폭로하려고 그걸 준비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거에요"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MB 정부가) 10.4 남북공동선언을 존중하지 않은 결과로 남북관계가 다시 막혀버렸다"면서 "관계 복원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부담이 들어갈지 알 수 없다. 10.4 선언이라는 꽃에 물도 주지 못한 채 시들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은 남북문제를 다루는 정치권의 태도에 대해서도 "빨갱이 만들기, 친북좌파 만들기와 같은 맹목적 이념대결과 정치공작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 통일은 가망이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회담록을 직접 작성해 청와대와 국정원에 보냈던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8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결코 NLL 포기 발언, 땅따먹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정문헌 의원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한편 정문헌 의원은 지난 8일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 멋 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라며 구두약속을 해줬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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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