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앞으로 통장이나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대포통장' 이용에 일조한 사람은 1년간 은행의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없게 되고 형사처벌도 면키 어려워진다.
금융감독원은 30일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은행연합회 및 은행들과 함께 이같은 내용의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포통장이란 통장을 개설한 사람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비정상적 통장으로,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서 사기 피해자금을 가로채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대포통장은 4만3268개에 달한다.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대출사기로 금감원에 접수된 피해신고만 5403건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6만개 이상의 대포통장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대포통장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면서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
내달 1일부터 은행들이 계좌개설시 통장(카드) 양도의 불법성을 약관에 명시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설명하고 고객의 서명을 받도록 했다.
은행은 계좌개설 목적이 불명확한 경우 계좌 개설을 거절할 수 있다. 단기간에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하는 등 은행이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를 요청하고 목적이 불명확하면 계좌를 개설해 주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은행은 또 12월 3일부터 사기이용 의심계좌 정보를 은행연합회에 통보해 의심스러운 거래 발행시 신속히 지급정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 경우 의심거래 계좌 명의인 정보는 모든 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어 각 은행들은 해당 고객의 자사 계좌에 대해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통장 양도 이력이 있는 고객은 12월부터 1년간 신규로 예금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 단, 급여통장 개설 등 계좌개설 목적이 명확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조성래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통장(카드)을 양도하거나 매매하는 경우 통장 명의인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고 금융거래도 제한될 수 있으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통장을 양도하거나 매매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대출이나 취업 등을 이유로 통장 양도를 요구하는 행위는 대포통장을 얻기 위한 사기이므로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은행 약관에 통장 양도에 따른 제재 여부가 기재되지 않아 양도해 준 사람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소명이 가능했지만 11월부터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는 대포통장 명의인이 통장(카드) 양도 또는 매매가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기업자에게 넘겨줬다고 주장해 수사당국에서 무혐의나 기소유예 조치를 받는 사례가 많지만 양도 행위가 불법임이 약관에 명시되는 11월부터는 양도 행위에 따른 소명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는 내달 1일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제도시행 효과 등에 따라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