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중국 어선만 배불리는 NLL 논쟁

입력 : 2012-10-31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새누리당이 연일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이슈로 제기하고 있다.
 
정문헌 의원이 지난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4주째 지속하고 있다.
 
사실 이 논란은 2007년 당시에도 이미 있었다. 내용이나 전개상황도 지금과 똑같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 직후 NLL 포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11일 청와대에서 각 정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서해북방한계선(NLL)은 어릴 적 땅 따먹기 할 때 땅에 그어놓은 줄이다. 이것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다. 그 선이 처음에는 작전금지선이었다.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 데 남북간에 합의한 분계선이 아니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 안에 줄을 그어놓고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면 헷갈린다. 국민을 오도하면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이 최초에 의혹을 제기했던 내용이 거의 모두 들어있다. 정 의원이 대체 어떤 기록을 봤는지 아직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데, 일을 풀어가는 순서상 정 의원이 먼저 어떤 기록을 본 것인지 밝혀야 한다. 
 
대화록을 본 것인지, 아니면 관련된 각종 보고서나 연설문에 첨부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대화록으로 착각한 것인지 명확하게 하는게 순서에 맞다.
 
11월에는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NLL 안건드리고 왔다"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당시 연설 전문도 남아 있다.
  
지금 새누리당은 2007년도에 제기했던 의혹을 무려 5년이 지나서 다시 우려먹고 있다. 마치 새로운 사실이라도 나온 것처럼 말이다.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현 정부에 대한 국정을 감사하기 위한 국정감사에서 5년전 참여정부 국정을 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정부는 시작부터 끝까지 '노무현'을 붙들고 늘어지고 있다. 임기가 거의 다 끝났는데도 노무현 타령이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겠다고 한다. 그래서 기록을 까자고? 물론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여야가 알아서 하기 바란다.
 
다만 이런 식으로 전직 대통령 기록을, 그것도 기록보존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대통령기록물 보관을 이런 식으로 다룬다면 어느 대통령이 기록물을 남길 것인지 한번쯤은 생각해보기 바란다. 
 
당장 이명박 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하는 과정,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게 된 과정, 일본 총리와 만나서 독도를 포기했다는 의혹 등 무수한 국민적 관심사가 존재하고 있는데, 과연 기록을 남길 것인지 의문이 든다. 별 성과도 올리지 못한 각종 자원외교에서 무얼 얼마나 퍼주었는지, 그래서 다음 정권에 어떤 부담을 안겼는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식이면 어떤 나라가 우리나라 대통령과 회담을 할려고 하겠는가? 언제 기록이 공개될지도 모르는데 안그런가?
 
어쨌든 여야 합의로 기록을 공개하는 걸 본 순간, 당장 이명박 현 대통령부터 민감한 기록은 모두 폐기할려고 할 것이다.
 
좋다. 국격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기록이야 남기든 없애든 말든 상관없다면 이렇게 온 나라가 무책임하게 흘러가도 그냥 받아들이겠다.
 
다만 인간의 삶을 한번 생각해보자. 보수니 진보니, 좌파니 우파니, 친북이니 반북이니, 친미니 반미니 하는 박물관으로 가야 마땅한 늙다리 이념타령에서 벗어나서 삶을 보자.
 
서해상에서 남북이 NLL로 대치하는 사이에 중국 어선은 마음껏, 종횡무진 바다를 휩쓸고 다닌다. 북쪽 해역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쫓기면 남쪽 해역으로, 다시 남쪽 해역에서 북쪽으로 옮겨다니면서 싹쓸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우리 어민들이 쳐놓은 어구를 절취하거나 파손하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화가 난 백령도, 연평도 어민 120명은 31일 오후 2시 인천시청에서 집회를 열고 11월1일에는 중국대사관 인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쇄 집회를 연다고 한다. 
 
이 문제는 대체 어떻게 해결할건가? 대책있나? 서해안에 우리 해군함과 경비정을 24시간 쫙 깔아놓기라도 할텐가?
 
고작 대책이라고 내놓는게 외교통상부가 31일 중국 정부에다가 "NLL 해상에서의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단속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정말 한심하다. 우리 스스로 뭘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없고, 중국 정부에 요청하면 중국이 대대적으로 단속이라도 해주는가?
 
다시 2007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최초에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서해공동어로구역' 때문이다. 공동으로 고기잡이를 하는 지역에서는 NLL이 사실상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이걸 NLL 포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국 어선 400~500척이 NLL을 이용해 남북 바다를 몰려다니면서 서해 바다를 휘젓고 있는데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중국 어선의 횡포를 막고, 우리 어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대안이 있는가? 있으면 내놓기 바란다.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친북이니 반북이니 하는 이념의 틀로 모든걸 바라보는 이념에 매몰된 자들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피곤하게 만들고,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먹고 사는게 먼저다.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의 삶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권순욱 정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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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