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시설물이 소멸될 때까지 주차장의 용도를 변경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2일 "조례로 시설변경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부설주차장 용도변경을 불허한 것은 잘못"이라며 롯데쇼핑이 여수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부설주차장 용도변경 불허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때에는 내용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인 경우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며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조례는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건축불허가 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순천시 주차장 조례 규정은 주차장법과 시행령에 따라 부설주차장의 용도변경이 허용되는 경우까지도 시설물이 소멸될 때까지는 일체 용도변경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부설주차장 소유자 등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설주차장의 용도변경 제한에 관해서는 주차장법과 시행령에서 지자체의 조례에 위임하지 않고 직접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조례 규정은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제한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롯데쇼핑은 여수시 국동에 있는 롯데마트 여수점 부설주차장에 주유소를 신축하기 위해 2009년 7월 여수시장에게 주유소 건축허가 신청를 냈다. 그러나 여수시장은 주자장법상 부설주차장을 타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기존 주유소 사업자의 생계 위협 및 집단민원 발생 문제가 있다며 불허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부설주차장의 용도변경신청을 냈으나 여수시장은 여수시 주차장조례에 “부설주차장은 시설물이 소멸될 때까지 타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또 다시 불허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