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로 치닫는 단일화 협상, 파국이냐? 해피엔딩이냐?

입력 : 2012-11-23 오전 1:43:10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후보단일화 협상이 결말로 치닫고 있다.
 
후보등록 마감일을 불과 사흘을 앞둔 가운데 22일 저녁부터 23일 새벽까지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종점을 향해 달렸다.
 
파국을 맞든, 해피앤딩으로 끝나든 24일에는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막바지 치닫는 단일화 협상
 
문 후보 측은 우상호 공보단장은 22일 저녁 8시쯤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안 후보 측이 제안한 가상대결 문항을 50% 반영하고, 동시에 문 후보 측이 제안한 적합도 문항 50%를 반영해서 이를 합산하여 단일후보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현재까지 가상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유리하게, 적합도 조사에서는 문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고 있어 이를 절반씩 절충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자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저녁 10시쯤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브리핑을 통해 가상대결 50%와 적합도 조사 50%를 합산하자는 문 캠프의 제안에 대해 "협의할 의사가 없는 일방적인 통보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어 "적합도와 지지도 조사의 경우 같은 범주에서 진행되는 조사이기 때문에 섞거나 편차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절충안은 전혀 다른 범주의 조사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왔을 때 승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역제안이 나왔다.
 
안 후보 측 박선숙 선대본부장은 밤 11시 쯤 브리핑을 갖고 "민주당은 (단일화 방식) 협상과정에서 적합도를 꺼냈다가 다시 지지도로 수정했다"며 "두 안을 섞자고 제안할 것이면 정직하게 가상대결 50%에 지지도 50%라고 말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지도 조사시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층은 제외돼야 한다"며 "(각 후보별 협상팀간) 합의된 하나의 회사를 지정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조사에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23일 새벽 긴급 브리핑을 갖고 "안 후보 측 제안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다"며 "제안을 바로 받은 상황이라서 검토가 안 돼 있다.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협상팀 전원이 캠프로 집결해 철야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받기 힘든 제안 던진 안후보, 자신감 배경은?
 
22일 밤 안 후보 측 박선숙 본부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네티즌들은 격앙했다.
 
우선 박 본부장의 기자회견 표정 자체가 단일화 협상 파트너인 문 후보와 민주당에 대해 굉장히 적대적이었다. 말투 역시 무시하는 듯 했다.
 
박 본부장의 태도에 대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상에서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 해 안 후보 측이 "마지막 제안"이라는 최후통첩성으로 제안한 방안은 그동안 안 후보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은 것들로만 조합이 이뤄졌다.
 
지지도와 가상대결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에 비해 우위에 있었고, 문 후보는 적합도 조사에서만 안 후보에게 앞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불리한 룰을 제안하는 마당에 박 본부장이 적대적인 표정과 말투를 보이자 문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단일화를 파기해야 한다"는 격앙된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안 후보 측이 이렇게 무리한 제안을 던질 수 있는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도 민주통합당 내부의 비문(非文) 진영의 존재다. 이미 67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민주당 당원들이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상황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비록 67명의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상당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누가 후보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6개월전에 민주통합당 사무총장 출신으로 4.11총선을 치렀던 박 본부장이 문 후보를 향해 '협박성'에 가까운 역제안을 던질 수 있는 자신감의 배경이다.
 
문 후보 측에서는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명분에 발목이 잡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문 후보 측에서 안 후보 측이 제안한 '지지도+가상대결'을 거부해 단일화 협상이 파국을 맞을 경우 민주당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문 후보를 비토하는 세력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
 
이같은 상황때문에 문 후보 측에서도 안 후보 측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겠다"는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다.
 
◇솔로몬의 재판은 없다
 
현 상황은 솔로몬의 재판을 연상케한다.
 
솔로몬왕은 아기를 놓고 진짜엄마와 가짜엄마가 다툼을 벌이자 반반씩 나눠가지라고 명령했고, 아기의 생명이 우선이었던 진짜엄마가 아기를 포기하자 그 엄마를 진짜엄마로 판결내렸다.
 
하지만 후보단일화에서는 솔로몬재판이 일어날 수 없다.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아기의 생명을 걱정해 포기하면 그걸로 끝이다.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없게 된다.
 
안 후보 캠프의 고위 관계자는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기 전 기자와 점심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문 후보님 성품상 단일화 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게 되면 먼저 포기하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문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민주당 내부에 안 후보 지지세력이 만만치않게 포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이 파국 위기로 가도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안 후보에게 유리한 '지지도+가상대결'을 제안, 문 후보 측이 불리한 룰을 받던지, 아니면 막판에 "내가 아기 엄마가 아닙니다"를 외칠 것인지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22일밤 안 후보 측 박본부장의 '지지도+가상대결' 제안에 대해 문 후보 측의 우 단장이 "일단 23일 협상팀이 만나자"고 제안했는데, 안 후보 측이 이에 응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보면 안 후보 측의 의도를 좀더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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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