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추문' 검찰..반성·개혁 노력 진정성 마저 의심

실명 '개혁' 요구 '낚시'한 윤대해 검사 감찰 착수

입력 : 2012-11-27 오후 4:11:5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비리와 추문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검찰이 최근 간부회의와 평검사회의를 잇따라 열며 부르짖고 있는 ‘검찰개혁’이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지난 24일 윤대해 검사(42·사법연수원 29기·통일부 파견)는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 익명 게시판에 ‘검찰 개혁만이 살 길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검사는 이 글에서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볼 때 검사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말과 함께 검찰조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검찰 시민위원회 실질화(기소배심제 도입) ▲수사와 기소의 분리 추진(검경 수사 역할 조정) ▲특임검사제도의 상설화 등 검사 비리 척결을 위한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익명게시판에 실명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검찰조직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촉구한 예는 드물다. 이 때문에 윤 검사가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 검사 '실명 글' 언론·국민여론 의식, 의도된 글
 
그러나 27일 윤 검사는 동료검사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의 글이 언론과 국민 여론을 의식한 의도적인 글이었음을 암시했다.
 
“OO아. 대해다”라고 시작되는 메시지에서 윤 검사는 “내가 올린 글이 벌써 뉴스에 나오고 있구나.....우선 어떤 방안이든 검찰이 조용히 있다가 총장님이 발표하는 방식은 그 진정성이 의심받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내가 올린 개혁방안도 사실 별거 아니고 우리 검찰에 불리할 것도 별로 없다. 그래도 언론에서는 그런 방안이 상당히 개혁적인 방안인 것처럼 보도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검사는 이어 “이렇게 일선 검사들이 주장을 하면 뭔가 진정한 개혁안인 것처럼 비춰지고 나중에 그런 것들을 참작해서 총장님이 정말 큰 결단해서 그런 개혁안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제일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검사는 대선 시나리오까지 예상하면서 검찰 이익을 챙겼다.
 
그는 “이번엔 박근혜가 된다...안철수의 사퇴는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고 결국 문재인이 떨어지게 만든 후(즉 박근혜가 된 후) 민주당이 혼란에 빠졌을 때 신당 창당을 통해 민주당 세력을 일부 흡수하면서 야당 대표로 국정 수업을 쌓고 계속 유력대선 주자로 있다가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된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도 별도 법률로 별도 조직이 생기는 것이므로 우리 검찰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일단 박근혜가 될 것이고 공수처 공약은 없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개혁안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검 "전적인 개인적 행동·견해"
 
대검찰청은 이날 “윤 검사의 문자메시지 발송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행동과 견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또 현재 통일부에 파견 중 인 윤 검사를 검찰로 복귀시키도록 법무부에 건의하고 품위손상 등 문제점이 없는 지 감찰에 착수하기로 했다.
 
검찰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노력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윤 검사의 메시지가 알려지기 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6일부터 전국적으로 평검사회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평검사회의에 대한 대검차원의 준칙은 없다.
 
다만, 2003년 서울중앙지검에서 마련한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의 준칙’이라는 내부준칙이있다. 각 일선 지검마다 평검사회의에 대한 준칙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준칙이 없는 지검이 상당수이며 서울중앙지검의 준칙을 참고하거나 그 준칙을 따르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평검사들이 자발적으로 회의를 개최했다기 보다는 검찰 수뇌부가 의견을 듣기 위해 상의하달식으로 주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평검사회의 준칙’도 개최결정 여부나 안건의 선택, 결과도출 및 공지 등 여러 미비점이 보인다.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평검사회의 준칙’상 평검사 회의는 각부 수석검사가 모여 회의를 연 뒤 평검사회의 개최여부를 결정한다. 의결 정족수도 없다.
 
◇평검사 회의결과 공표 검사장이 결정
 
또 평검사회의를 개최할 경우에도 그 결과를 검사장에게 보고를 하고, 공보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검사장에게 공보할 것을 건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결과의 외부 공표는 검사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한편, 지난 26일 수원지검과 수원지청을 시작으로 시작된 평검사회의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에정이며, 서울중앙지검도 27일 수석검사회의를 거쳐 회의 개최를 결정하고 28일 평검사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대 검찰총장도 지난 15일 서울고검 예하 지검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데 이어 고검장회의와 대검간부급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으며, 29일까지 일선지검 검사장들까지 회의를 열고 의견을 청취한 다음 평검사회의 결과를 취합해 이르면 이달 말 개혁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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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