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청년·여성 변호사 대책' 참신성 없고·실효성 의문"

(변협선거 공약분석) 변호사들 "기득권층과 얼마나 싸워줄 지 관건"
"'직역확대 및 수호 활동' 타직역에 밀려..공격적으로 임해야"

입력 : 2012-12-14 오후 3:03:42
[뉴스토마토 최기철·최현진기자] 지난 10일 부산지역을 시작으로 제47대 대한변협회장 선거전에 뛰어든 네 후보들의 진검승부가 연일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있다.
 
첫 격전지였던 부산에서는 벌써부터 "누가 승기를 잡았다", "누구는 기대보다 못하더라"라는 변호사들의 반응이 서울까지 전해지고 있다.
 
또 "어느 후보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오늘 보니 아니다. 더 생각해 봐야겠다"며 신중을 기하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까지 선거 초반이니만큼 부동층이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유세 자체에 대해서도 "흥미로웠다", "변호사들 열기가 뜨거웠다", "이렇게 많은 변호사들이 모일 줄 몰랐다"며 대체로 호평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후보 질의 응답시간에서 후보들의 응답시간이 너무 짧았다", "말은 다르지만 공약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와 함께 "알게 모르게 흑색선전과 비방이 돌고 있다"는 후보들간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변협 회장 선거는 네 후보 모두 탄탄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패에 대한 예측이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다. 선거 당일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변호사들도 많았다. 사법연수원 동기들의 권유나 학연, 지연 따라 표를 던지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다르다. 전국구를 대상으로 하는 선거인 데다가 취업난, 청년변호사 문제, 로스쿨 변호사들의 배출 등 상황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면서 공약 중심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만나 얘기를 나눠 본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연고도 기반도 없는 우리로서는 공약 밖에 볼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출신 새내기 변호사 등 청년변호사들도 같은 반응이다. 각 후보들이 공약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13일에는 노동일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각 후보들이 서로의 공약을 갖고 정책토론을 갖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에는 대체로 ▲청년 변호사 취업난 해결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여성변호사 처우개선 ▲변호사 복지 ▲직역확대 등 네가지가 핵심 사항으로 자리잡고 있다.
 
◇핵심 쟁점별 주요 공약사항
 
대부분 후보들은 청년변호사들을 위한 공약으로 취업계약서, 근로표준계약서 도입 등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동안 청년변호사가 법률사무소 등에 처음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 조차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해직될 경우에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해고되어도 반박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청년변호사들을 비롯한 고용변호사들의 권리와 의무를 명문화한 '표준고용계약서'는 이미 지난해 3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마련했었다. 그러나 고용주 변호사들에게 고용계약서 준수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된 채 제 기능을 못했다. 청년변호사들은 여전히 부당한 고용과 근무조건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한 청년변호사는 "공약에 당연히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효성이 문제다. 계약을 위반했을 때 벌금이나 사례공지 등 패널티를 줘야 하는데 변협이 기득권층 변호사들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년부협회장 임명도 복수의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청년변호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놓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되지만 역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변호사들이 많다.
 
최근 개업한 한 청년변호사는 "그동안 청년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집행부가 여러 안을 내놨지만 문제 해결과는 결국 거리가 멀었다"며 "그냥 변협임원 한명 더 생기는 것쯤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차라리 청년변호사들이 대표로 선출한 사람을 부협회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회장 당선 뒤 코드 맞는 변호사를 청년부회장이랍시고 임명하는 것은 웃음거리밖에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안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은 예비시험제 도입과 신규변호사 감축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변호사공급 과잉 문제와 함께 부유층에게만 법조계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예비시험제나 신규변호사 감축안은 국가정책 문제로,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 특히 신규변호사 감축안은 사법연수원과 로스쿨 등 법조인력 양성기관과의 진통이 불가피하다. 예비시험제도 도입의 목소리는 변호사업계는 물론 법원이나 검찰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이 많다.
 
최근 청년변호사 처우개선 문제와 함께 떠오르고 있는 변호사 업계의 긴급 과제는 여성변호사 처우 개선문제다. 임신과 함께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여성변호사가 소속 로펌대표를 고발한 이후 법조계 밖에서도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은 고충처리기구 설치나 여성부협회장 임명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산휴가보장이나 기간제변호사제도 도입 등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후보들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견로펌의 한 기혼 여성 변호사는 "후보들에게 직접 설명을 듣지 않아 구체적으로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고용이라는 사적인 관계에 변협이 개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출산기간 동안 대신 일을 맡아줄 변호사들을 파견한다는 공약도 있지만 소송이라는 것이 쉽게 담당변호사를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변호사직역확대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이 기대를 가지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 등의 진출은 변협의 노력여부에 따라 실현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직역확대 공약으로 기업채용추천확대, 법무담당관제 확대, 일정 심급 이상의 변호사강제주의 등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변리사 등 타 직역에서는 변호사의 자격등록요건을 강화하거나 소송대리권을 달라는 입법과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변호사직역 진출을 공격적으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변협은 이에 비해 가시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는 게 변호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자리 창출 및 확대와 함께 타직역의 직역 진입 방어에 대한 공약도 변호사들이 눈여겨 보는 부분이다.
 
회원 복지면에서는 성공보수금 등 변호사비용 확보책이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 포함되어 있다. 기존에 개인변호사들을 상대로 한 이른바 '먹튀' 의뢰인들이 기승을 부린데 이어 소규모 법률사무소부터 중견급 로펌까지 수임료를 떼이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법원 사건게시판에서는 소송비용을 떼인 변호사들이 의뢰인들을 상대로 돈을 달라며 낸 소송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 후보들은 이런 사례를 막고 변호사들의 권익을 위한 방안으로 '성공보스금 에스크로제' 도입을 공통적인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서초동에서 후배 변호사들과 함께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인 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돈을 떼인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오죽 돈이 없으면 그랬겠느냐며 지금까지는 그냥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경기불황으로 그런 ‘선심’을 쓰기엔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 직접 나서기도 어려운 문제기 때문에 변협차원에서 앞장서 준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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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