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한화·LIG 실적 부진, '오너리스크' 때문?

CEO스코어 "4개 재벌 상장사 영업익 최대 90% 감소"

입력 : 2012-12-18 오후 12:42:25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최근 총수가 검찰조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주요 재벌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의 실적 부진이 오너 리스크로 사업 추진력이 떨어진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총수경영의 문제와 글로벌 경기침체가 겹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18일 최고경영자(CEO)스코어에 따르면 최근 오너가 구속수감됐거나 검찰조사를 받는 등 소위 '법난'을 겪고 있는 SK, 한화, LIG, 태광 등 4개 재벌 그룹 계열 상장사의 3분기 누적실적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최고 9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가장 급추락한 곳은 태광으로 흥국화재해상보험과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3개 상장사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47억원으로 작년 3분기(3397억원)에 비해 89.8%나 감소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前)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가 건강상 이유로 보석 허가를 받아 풀려난 상태다.
 
경영실적이 악화된 2위는 SK그룹으로 모두 17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SK 17개 상장사의 3분기 영업익은 7조29억원으로 작년 13조3312억원에 비해 47.5%나 뒷걸음질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8년 선물에 투자하기 위해 SK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달말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지난 8월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 청사로 들어서는 한화 김승연 회장.
 
총수가 구속수감 상태인 한화도 실적이 내리막이다. 6개 상장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22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조1384억원보다 10.2% 줄었다. 한화는 매출도 28조에서 27조7000만원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위장 계열사의 채무를 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등)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 8월 1심에서 법정 구속돼 수감 중이다.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린 곳은 LIG그룹이다. LIG그룹의 상장사인 LIG손해보험과 LIG에이디피 2개사의 영업이익이 작년 3분기 2607억원에서 올해 2453억원으로 5.9% 줄어드는데 그쳤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22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그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태양광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한화를 포함한 여러 그룹들이 오너 리스크로 인해 아직 인사 발령도 내지 못하는 등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재벌그룹 총수에 대한 무분별한 검찰조사가 결과적으로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끼치는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계를 비롯한 시민단체연구소들은 오히려 이번 결과가 총수 경영의 폐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룹의 최고 결정자인 총수의 공백은 1~2년 이후 사업방향 설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식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순 있다"며 "하지만 총수 부재가 당장 분기실적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이사회 운용 등의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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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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