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올해 우리나라 해외 법률서비스 적자가 역대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우리나라 법률서비스 적자는 총 5억635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해외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법률서비스 수입금이 5억9280 달러인데 비해 우리 기업 등이 해외로펌에 지급한 금액은 11억5630만 달러다.
◇최근 6년간 법률서비스 지수 동향 (출처:한국은행 통계시스템)
법률서비스 분야 무역수지 적자 폭은 2007년 1억3000만 달러, 2008년 1억9900만 달러로 1억 달러대에 머물렀으나 2009년 4억7900만 달러로 급증했고 2010년 4억7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4억 달러 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1년 5억21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5억 달러 대로 접어들었으며 올해 역시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기준으로 이미 적자가 6억 달러에 근접하고 있는데다가 연말이 되면 해외로펌들이 미수금 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어 남은 두달간 적자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 법률서비스지수를 보면 외국로펌이 본격적으로 상륙한 7월에 적자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외국로펌에 의한 법률시장 잠식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2년 법률서비스 지수(출처:한국은행 통계시스템)
올해 월별 법률서비스지수 적자는 1월 3640만 달러에서 2월 4760만 달러, 3월 2610만 달러, 4월 2830만 달러, 5월 423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국로펌의 한국 사무소장들이 법무부를 거쳐 대한변협에 등록하기 시작한 6월 7590만 달러로 적자폭이 뛰더니 7월에는 9190만 달러로 적자가 1억 달러에 육박했다. 세계적인 영국로펌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와 미국로펌 '롭스 앤 그레이(Ropes & Gray)', '쉐퍼드 멀린(Sheppard Mullin)' 등 3개 외국로펌이 공식적인 등록절차를 모두 마치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들어간 시기다.
이후 8월에는 6430만 달러로 적자폭이 줄었으나 이때는 여름 휴가기간의 영향으로 잠시 주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9월에는 7030만 달러, 10월에는 8040만 달러로 적자폭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외국로펌의 진출과 직접적인 영향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대형로펌에서 국제업무를 많이 다루고 있는 손 모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률서비스 적자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외국로펌의 진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분석했다.
손 변호사는 “법률업무의 특성상 업무를 진행하고 해결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6~7월에 적자폭이 크게 증가한 것을 같은 시기에 외국로펌이 들어왔기 때문으로 분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의 업무 진행을 고려할 때 6~7월에 적자폭이 증가한 것은, 다시 말해 외국로펌의 수입이 6~7월에 늘어난 것은 최소한 올해 초에 의뢰한 법률서비스가 종료되고 그에 대한 수임료를 그때 지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손 변호사도 “법률서비스 적자폭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 우리 로펌업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외국로펌의 타깃 1순위로 올라서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리 로펌들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의 이 모 변호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법률서비스 적자 현상은 최근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인 파이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 같다”며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법률사건이 삼성과 애플 소송인 것처럼 우리기업들이 세계 로펌들의 직접적인 공략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국제중재기구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법률비용으로 쓰고 있는 돈은 매년 1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법률서비스 비용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호사도 “그러나 최근 급증한 법률서비스 적자 현상을 외국로펌의 진입과 바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위험신호로서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변호사들도 없지 않다. 국내 최상위권 로펌의 김 모 변호사는 “법률서비스 파이가 늘어났으면 우리나라 법률서비스 수입도 늘어나는 것이 맞다. 최근 격차가 더 벌어지거나 종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외국로펌들이 그만큼 우리나라 로펌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로펌의 한국진출과 관계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로펌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맹목적인 것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며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데 애국심으로 써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자성했다. 김 변호사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변호사들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김 변호사는 또 “로펌 선택은 주로 기업법무팀에서 CEO에게 추천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기업 법무팀의 수준이 매우 높다”며 “우리나라 로펌 중에서도 신뢰를 얻고 업무영역을 넓혀가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을 지속적으로 근접 지원하는 한편 역으로 공격적인 해외진출로 외국기업들로부터 수입을 늘려가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시장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