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직원이 입영일자 계산 잘못해 전과자 될 뻔"

대법 "입영기간 계산 민법 따라야..휴일이 만기일이면 다음날이 만기"

입력 : 2013-01-04 오후 1:24:4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입영일자 계산이 잘못돼 군입대 대신 감옥에 갈 위기에 처했던 청년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병역법위반)로 기소된 황 모씨(29)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자인 황씨는 2011년 8월4일 오후 1시30분까지 입영하라는 소집통지를 전달받았다. 그러나 황씨는 그에 하루 앞선 3일 급성장염 등으로 입원 중이었다. 황씨는 4일 오전 병무청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고 병무청 직원은 토요일인 6일 정오까지 입영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황씨는 6일이 되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당일 입영하지 않고 있다가 이틀 뒤인 8일 월요일 오전 10시49분쯤 병무청에 전화를 걸어 입영 의사를 밝혔다. 이에 병무청 직원은 "3일 내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하지 않았으므로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조치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후 황씨는 병역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황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같은 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또 "급성장염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점은 인정되나, 차량을 통한 이동은 가능했으므로 입영하지 못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입영해야 할 기간인 3일이 끝난 시점은 황씨가 입영의사를 밝힌 8일인데도 병무청 직원이 기간을 잘못 계산했다고 봤다. 즉 시차상 3일이 만료되는 날짜는 7일이지만 그날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다음 날인 8일이 기간 만료일이라고 본 것이다. 검찰이 상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병역법은 기간의 계산에 관해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민법에 따라 계산해야 한다"며 "이에 따르면 기간의 초일은 산입하지 않고 기간의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 해당하는 때에는 기간은 그 다음날 만료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황씨의 경우 지정된 소집기일인 4일로부터 3일째가 되는 8일이 기간의 말일에 해당한다"며 "8일 오전 황씨가 입영할 의사를 밝힌 이상 병무청 담당자는 지연입영을 시키는 등 구제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어기고 입영할 수 없다고 잘못 안내한 것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같이 황씨는 병무청직원의 잘못된 안내로 입영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같은 취지에서 입영하지 않은 데에 병역법 88조 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