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공공기관 해제 요구에 대한 증권 유관기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유관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도 공공기관 해제 요구에 나선 것.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인 만큼 예탁원의 공공기관 해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 "아시아시장 통합 대비한 기반 확보 절실"
28일 예탁원에 따르면 예탁원 노동조합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동북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예탁원 역시 공공기관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국내 예탁결제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출하고, 대형화와 글로벌화에 앞장서서 실행함으로써 아시아 시장 통합에 대비한 기반 확보가 절실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 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럽 및 북미에서 예탁결제기관간 합병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한 활발한 대형화와 글로벌화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글로벌화가 더딘 아시아 예탁결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예탁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방해물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노조는 현재 예탁원이 정부의 출자 지분이나 예산지원이 전혀 없다는 점, 중앙예탁결제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는 사례는 일부 공산국가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다는 점, 지난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공공기관 해제 사례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지난 2009년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독점사업에 관한 공운법 조항'에 의거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거래소만 공공기관에서 해제해줄 경우 당시 정부가 내세운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거래소나 예탁원 모두는 공공기관 운영법상 독점수익이 50%를 넘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공공기관 해제 여부 31일 결정..노조 "정권 말이라 쉽지 않을 듯"
오는 31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예탁원의 공공기관 해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예탁원의 공공기관 해제에 대한 당위성은 있지만, 현재 정부 교체 시점이라 시기적인 이유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정부 입장에서도 거래소와 예탁원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할 경우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원칙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서보영 예탁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작업을 많이 한 거래소와 달리 우리는 1월 초에 정책 당국에 건의했다"며 "하지만, 기재부나 관련 정책 당국에서 공공기관 해제를 쉽게 해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
서 위원장은 "현재 공공기관이 285개나 되는 상황에서 한 두 개 기관이 해제로 나가게 되면 관리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원칙이 없어진다고 보는 것 같다"며 "지금 정부가 교체되는 시점인 점도 공공기관 해제에 불리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공기관 지정 해제 실패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정부에 지속적으로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서 위원장은 "공공기관 해제와 관련해 경영진과 갈등은 전혀 없다"며 "공공기관 해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예탁원 등 증권 유관기관들의 공공기관 해제와 관련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31일 회의에서는 거래소나 예탁원 등 공공기관 해제 건 외에도 신규 지정 및 변경 등 논의되는 사안이 많다"며 "회의 결과와 관련해서는 회의가 끝나고 보도자료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멘트도 사전에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