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국회에 계류중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라 타격을 받고 있는 국내 자본시장의 활력을 찾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금융투자사 205개사를 대상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0곳 중 8곳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지난 2007년 제정, 2009년부터 시행중인 자본시장법은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 효율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제정된 우리나라 자본시장 기본법이다. 금융투자회사가 대형화·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함과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 토종 투자은행 설립을 위해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대형 증권사에게만 신규 IB업무를 허용하는 것과 헤지펀드의 건전성 등이 논란이 됐다.
대한상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대형 투자은행 육성과 대체거래소(ATS) 도입, 장외거래 중앙청산소(CCP) 도입 등을 골자로 지난해 5월 입법예고됐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정체된 금융투자사들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가져다 줄 거란 기대감이 표현됐다"고 분석했다.
답변에 참여한 금융투자사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하는 주된 이유로 '자본시장 인프라의 선진화 가능(29.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국내 투자은행 활성화'(28.7%),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20.1%), '기업 자금조달 수단의 다양성 확보'(17.1%), '투자자 보호 강화'(4.3%)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 다양화' 항목에 대해서는 87%의 기업이 찬성했다. '조건부 자본'과 '독립 워런트'의 발행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상황에 맞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된다.
한국거래소 외에 별도의 주식거래소를 만드는 '대체거래소(ATS) 도입'에 대해서도 응답기업의 71.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의 대체거래소 수수료는 정규 거래소의 절반 수준"이라며 "대체거래소도입은 복수 거래소 경쟁체제를 통해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외거래 중앙청산소(CCP) 도입'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표명한 기업이 77.6%에 이르렀다. CCP란 장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제공되는 중앙청산결제 서비스를 이자율스와프, 신용부도스와프 등 장외파생상품까지 확대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반면 대형 증권사를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의 '대형 투자은행 육성'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응답기업의 64.8%는 찬성 입장을 나타냈지만, 35.2% 기업은 반대를 표명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형 투자은행이 될 수 있는 조건인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은 대형 증권사에만 해당되는 내용"이라며 "대형 증권사에만 신규 IB업무를 허용하게 되면 중소형 증권사에 대한 차별이기 때문에 반대 여론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행 4년째를 맞은 현행 자본시장법에 대해 응답기업의 69.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다양한 상품 개발 및 판매 가능(46.5%), '금융규제 선진화'(18.3%) 등의 답변이 나왔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산업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금융산업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우리 금융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