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횡령 고발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면서 헌법재판소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형사고발을 당한 것은 헌법재판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공직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의혹 때문에 검찰의 조사대상이 된 사례도 극히 드물다.
한 헌재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진작 용단을 내렸다면 이렇게까지 왔겠느냐"며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이 후보자가 설 직전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사퇴할 마음이 없다"며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헌재소장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도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왼쪽)와 헌법재판소
복수의 헌재 관계자들은 "개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사퇴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 자체가 조직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 아니냐. 그런 인물이 조직의 수장이 된다면 그 조직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원망 섞인 말도 하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확고하다. 재판부뿐만 아니라 연구부, 사무부 모두 같은 생각"이라며 "소장이 되기도 쉽지 않겠지만 소장으로 취임한다고 해도 헌재를 이끌기 어려운 상태까지 왔다"고 말했다.
현재 헌재에는 과거 신영철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시 '촛불재판개입 사건' 때와 같이 단체행동 조짐이 아직까지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2009년 5월 재판개입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신 대법관이 사퇴하지 않고 대법관 자리를 고수했을 때 전국 각급 법원의 평판사들은 '사법부 치욕의 날'이라며 잇따라 판사회의를 열고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했었다.
당시 신 대법관은 대법관직을 유지했으나 대법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대법관 공직자윤리위에 회부되고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으로부터 '엄중경고'를 받는 등 불명예를 안았다.
헌법재판소의 한 연구관은 이와 관련해 "연구관들은 순수하게 헌법재판연구를 하는 사람들로 각각 독립되어 있는 법관들과 성격이 같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소장 공백이 장기화 사태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적 입장표명)생각들이 왜 없겠는가"라며 "다만 정치적 행동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 관계자들은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표결에 붙이자는 여당측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상 회의적인 입장이다. 표결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도 불투명하지만 만에 하나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이 후보자와 헌법재판소가 지금처럼 서로 생각이 완전히 다른 상태에서 이 후보자가 제대로 소장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들은 새 정부 출범이 임박한 만큼 박근혜 당선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후보자가 버티고 국회 본회의 표결이 불투명한 이상 임명권자에 의한 철회가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대통령 임기를 마치게 되면 그 결정은 박 당선자가 승계하게 된다.
헌재 관계자들도 "이 후보자에 대한 거취 문제는 본인이 용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정치적인 문제로 임명권자만이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 후보자가 철회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들을 특정업무경비 횡령 혐의(업무상 횡령)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6일 이 후보자를 특정업무경비 3억2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로 고발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5부(부장 차맹기)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