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블로그)'무질서'와 '대략 난감'..답답한 직장생활 어디?

입력 : 2013-02-27 오후 4:44:36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새로운 곳이지만 새롭지 않고, 설레야 하지만 설레지 않는 생활을 하는 곳이 직장이라면 여러분의 심정은 어떨까요. 지금부터 그런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세종블러그`를 접하신 분은 알고 계시겠지만 역시 세종시의 내면 들여다보기입니다. 조만간 세종시의 아름답고 황홀한 단면을 소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이번에도 답답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새로움'은 어느 누구에게나 싱그럽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국어사전에서도 '새롭다'는 '지금까지 있었던 적이 없다'라는 뜻을 가지기에, 새로움이란 단어는 유독 설레고, 기분 좋게 느껴지죠.
 
하지만 세상엔 '예외'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토 중간쯤에 새로 시작했지만 새롭지 않고, 질서를 잡아가야할 곳에서 '무질서'가 난무하고, 깨끗하고 산뜻해야할 곳이 '혼탁'한 공기 그득한 가득합니다. 이 곳 사람들은 새로움이나 설레는 감정보다 두려움과 불편함 때문에 분노의 감정이 앞선다고 합니다.
 
네, 아시다시피 바로 충청북도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입니다.
 
두달여 전, 정부세종청사로 입주해 온 공무원들은 낯선 곳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레임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달이 채 지나기 전에 그런 감정들은 '와장창' 깨지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그들도 휘황찬란한 겉모습처럼 내부도 튼튼하고 흠이라곤 하나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두 달도 못 돼 신축 건물은 물이 새고, 벽이 갈라지고 무너지는 등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이 발생했습니다. 그야말로 '대략난감'이었습니다. 
 
세종청사 5동 4층에 있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실은 지난달 말 때아닌 '물폭탄'을 맞았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장관실 천장의 스프링클러 배관시설에서 조금씩 물이 새기 시작하더니 곧 콸콸 쏟아져 한바탕 물난리가 났는데요. 다행히 장관은 그날 자리에 없었다는군요.
 
물난리는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말 세종청사 2동 4층에 위치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복도에서도 물이 새는 사고가 있었고, 이달초 4동 3층의 기획재정부 사무실에서도 침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물난리만 3차례 겪자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두달도 못돼 세번이나 물이 샜다면 부실시공 가능성이 크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기간을 단축해 무리하게 짓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겠지요. 건설사 관계자의 입에서 직접 그런 소리가 나오다니..아마 자신들이 지은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곧 밝혀져야 하겠지요. 누구의 잘못인지는.
 
뿐만 아닙니다. 세종청사 6동에 있는 국토해양부 건물 외벽에는 균열이 생겨 시멘트 땜질 처방을 하는가 하면, 올 하반기 지식경제부가 입주할 공사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는 사태도 일어났습니다.
 
이에 일부 공무원들은 부실공사 증후가 곳곳에서 드러나자 세종청사 건물을 두고 '5200억짜리 부실덩어리'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관련부처 공무원들은 웃지도 못하겠지요. 안전행정부는 아예 세종시로 내려오지도 않았으니 이같은 문제점을 안다면 사색이겠지요.
 
여기에 농림수산식품부는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공기마저도 나쁘게 측정돼 공무원들이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세종청사 내 농식품부 사무실 공기 질을 측정한 결과, 새집증후군 유발 물질이 국내 권고 기준보다 최고 10배 이상 검출돼 공기 질이 가장 안 좋은 곳으로 평가했는데요.
 
이에 따라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환경호르몬 억제를 위해 최근 난방 온도를 정부 규제 18도 이하보다 높게 틀어 추운 겨울에 더위를 호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물난리에 공기마저 안 좋으니 혼란은 배가 된 셈이죠.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세종시까지 와서 이 겨울에 덥다고 할 줄은 몰랐다"며 "공기가 안 좋아 두통과 인후통을 달고 산다"고 한탄까지 했습니다.
 
비단 혼란은 건물 '안'만이 아니라 건물 '밖'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주차장' 때문인데요.
 
출퇴근 시간, 세종청사 주변 도로는 통근버스와 승용차들로 얽혀 한바탕 전쟁을 치릅니다. 대부분 차량들이 청사내 지하 주차장이 좁아 청사 내부는 물론 이면 도로까지 불법 주·정차를 하는데요.
◇지난달 정부세종청사 주변 도로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의 모습
차를 주·정차하는 공무원들 못지 않게 관리하는 자도 주차난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세종청사관리소 관계자는 "불법 차량이니 옮겨달라는 경고문을 붙여도 소용없다"며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단속할 수도 없지 않냐"고 토로했습니다.
 
때 아닌 주차난에 세종청사 주변 모습은 그야말로 '무질서'의 결정체입니다. 최근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청사 인근 7곳에 옥외 주자창을 만들어줘 그나마 숨통이 트였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고 불편한 건 매한가지.
 
이처럼 '무질서'와 '대략 난감'이 판치자 공무원들이 겪는 불편·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적응하기도 힘든 판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니 그럴만도 하겠지요.
 
다른 공무원은 "세종청사는 복도 넓은 것 빼고 하나도 좋은 게 없다"며 "이곳이야말로 생지옥"이라고 토로할 정도니 그들이 겪는 고충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느껴집니다.
 
어서 하루 빨리 세종청사의 무질서와 혼돈이 정리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꽃 피는 봄이 오면 그들에게도 기분 좋은 설레임과 편안함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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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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