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관습법도 헌법소원 심판 대상"

입력 : 2013-03-03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법률로 제정되지 않은 관습법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관습법이 헌재의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므로, 따라서 헌법소원 심판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과 사실상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이모씨 자매가 "호주가 사망한 경우 차남 이하의 중자에게만 분재청구권을 인정하고 여자에게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관습법은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씨 자매는 어머니가 큰오빠에게 평택시에 있는 임야 2만5241㎡를 명의신탁했다고 주장하면서 명의신탁해지에 따른 소유권이전과 분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을 동시에 청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명의신탁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렇더라도 민법시행 전 재산상속에 관한 관습법상 딸들에게는 상속재산에 대한 분재청구권이 없다며 이씨 자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이씨 자매는 상고하면서 "관습법상 호주가 사망한 경우 여자에게 분재청구권이 없다는 부분은 위헌"이라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은 이씨 자매의 청구를 기각함과 동시에 "관습법은 헌재의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이씨 자매가 2009년 6월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낸 것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재판부는 먼저 결정문에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 등을 위헌심판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합헌적인 법률에 의한 재판을 가능하게 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민법 시행 이전에 상속을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재산상속에 관해 적용된 규범으로서 비록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면 이 관습법은 당연히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상속재산에 관한 관습법이 위헌으로 이씨 자매가 관습법상 분재청구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는 이미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소 제기 이전에 소멸됐기 때문에 이 관습법이 위헌이더라도 청구인들의 청구를 인용할 수 없게 됐고 그렇다면 관습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며 이씨 자매의 청구를 각하했다.
 
이정미 재판관은 그러나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기산하는 것으로 헌재가 이 관습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기 전 까지 청구인들이 가지는 분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며 각하의견에 반대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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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