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재소장 후보자, '전효숙 사태' 재연?

잔여 임기 등 법리문제, '공안·김앤장' 출신 이력 두고 진통 예상

입력 : 2013-03-21 오후 3:22:3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한철 헌법재판관이 소장 공백 60일만에 차기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됐지만 성향과 적법성 여부를 두고 쉽지 않은 인사청문회가 예상된다.
 
현직 재판관이 재판소장으로 내정되기는 2006년 전효숙 재판관에 이어 두번째다. 2006년 9월 당시 청와대가 전 전 재판관을 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광풍에 가까운 적법성 논란이 불붙었다.
 
정치적 해석은 차치하더라도 헌법재판소장 임명에 대한 절차적 논란이 문제였다. 청와대는 당시 현직에 있었던 전 후보자를 지명했고, 전 후보자는 재판관직을 사퇴했다.
 
그러자 조순형 당시 민주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또 임기를 전 후보자의 잔여임기만을 인정할 것이냐, 소장으로서의 새 임기 6년을 모두 인정할 것이냐가 문제가 됐다.
 
당시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그해 9월21일 전 후보자의 소장 임명은 청와대의 편의적 발상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전 후보자의 소장 임명 인준을 두고 여야가 극한대립으로 치닫자 청와대가 결국 그해 11월27일 전 후보자에 대한 소장 후보 지명을 철회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박 내정자의 경우 전 후보자가 맞닥뜨렸던 법리적 문제 중 신분상의 문제는 없어 보인다. 현직 재판관으로서 소장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기를 얼마나 둘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리적 공방이 예상된다.
 
전 후보자 지명철회 당시 청와대는 "대법원 등 법조계의 의견을 구했다"며 "대법원은 헌재 운영의 안정성과 재판관 구성의 중립성 확보, 차기 대통령의 헌재소장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재판관 지명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6년 임기 타당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헌재도 “소장의 임기는 재판관의 잔여임기'라는 견해를 따르면 매번 소장의 임기가 달라져 헌재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6년 임기가 맞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조계 의견 수렴결과 이번 인사가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전 후보자가 대법원장 지명몫의 재판관이란 점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6년 임기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선례가 반영돼 입법적인 정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여야 합의로 정해져야 할 문제다. 2011년 2월1일 취임한 박 내정자는 2017년 2월2일이 임기 만료다. 소장으로서 새 임기를 인정한다면 인사청문회 등 남은 시일을 감안해 2019년 3~4월 중 임기가 만료된다.
 
박 후보자의 성향을 두고도 진통이 예상된다. 박 후보자는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당시 대검 공안부장으로 공안 지휘라인에 있었다.
 
대표적인 공안 검사인 황교안 장관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데 이어 헌재소장마저 공안검사 출신이 들어서게 되면 헌재 역시 ‘공안 헌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4개월여의 잠깐동안이긴 하지만 박 후보자가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이라는 점에서 ‘로펌 인사의 중용’이라는 비판이 또 한번 고개를 들 수 있다.
 
게다가 김앤장 재직시 전관예우에 따른 과다 보수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통합당은 21일 박 후보자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에 대해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공안검사 출신이고 헌재소장까지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이 되면 헌재가 인권의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공안의 최후의 보루로 작동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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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