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대검 차장
검찰가족 여러분!
저도 이제 정들었던 검찰을 떠납니다.
1985년 1월 검사로 발령받은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려 28년 2개월여에 걸쳐 경향 각지를 돌면서 여러분과 동고동락을 함께 하였습니다.
나름대로는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늘 새로이 했습니다.
가슴속에는 順理, 謙虛, 積善이라는 명구를 새기고, 이를 되뇌이면서 오직 명예와 자긍심으로 살아갈려고 발버둥쳤습니다만 지금와서 되돌아보니 내세울만한 것도, 기여한 바도 거의 없어 송구스럽습니다.
오히려 부족함과 허물만 안고 살았다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대과없이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검찰가족 여러분의 사랑과 배려, 이해와 협조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4개월 가까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검찰총장 직무대행직을 큰 탈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은 검찰가족 여러분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남다른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업무를 성실하게 처리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떠날 때는 말보다는 남긴 업적으로 이야기한다고 했습니다만 노파심에 고언을 한 마디 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신다면.
“만약 검찰에 어떠한 권한이 있다면 그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것이지 검찰인의 것이 아닙니다.
검찰인은 오직 매사를 국민의 뜻에 따라 바르고 제대로 처리해야 할 책임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언제나 겸손하면서도 바르고 당당한 검찰인이 되시길 기대합니다.
검찰가족 여러분!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인간의 삶은 그 사람이 내딛는 순간순간의 궤적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지 한 순간의 지위나 자리, 명예나 재물 등이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삶은 여러분이 매순간 얼마나 주체적으로 주인이 되어 살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느 자리, 어느 한 순간도 소홀히 하지 마시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십시요.
말이 길었습니다만 늘 그리움으로 간직한 이용악의 시 “전라도 가시내”의 한토막을 들려드리는 것으로써 저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차알삭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취한 듯
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없이 새기는 보조개
가시내야
울 듯 울 듯 울지 않는 전라도 가시내야
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아닌 봄을 불러줄게
손때 수줍은 분홍 댕기 휘휘 날리며
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가거라
이윽고 얼음길이 밝으면
나는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 게다
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
자욱도 없이 사라질 게다
정든 검찰가족 여러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감사합니다.
2013. 4. 3.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찰청 차장검사 김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