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요즘 친노(친노무현)계가 안팎에서 몰아치는 공세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친노계의 오랜 숙적이라면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한길 의원은 최근 대립각을 높이 세우고 있는 내부의 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친노계를 포함한 민주당 범주류와 당권을 놓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대선패배 책임론과 민주당의 혁신을 내세워 '김한길 대세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 그가 서울 노원병 보권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원은 최근 노원병 보궐선거 후보였던 이동섭 노원지역위원장을 만나 출마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이 위원장에게 '당이 무공천 방침을 정한 만큼 무소속 출마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김 의원을 만난 뒤 불출마 선언과 함께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와의 관계를 고려해 당론으로 노원병 무공천 방침을 확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력 당 대표 후보자가 직접 나서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향후 야권발 정계개편을 감안해 안 후보와 교감을 나눈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친노계 등 민주 범주류는 김 의원의 행보에 심기가 불편하다.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이 30% 이상 독주하는 가운데 이용섭, 강기정, 신계륜, 이목희 의원 등 반대편 후보군은 10% 내외의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의 '안철수 끌어안기'는 향후 친노계가 주도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내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관중 입장에서 즐기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노원병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잃을 게 없는 입장이다. 선거에 이긴다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초기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되겠지만, 지더라도 안철수 발 정계개편과 그에 따른 야권분열의 이권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친노를 싫어하는 건 새누리당이나 김 의원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대선패배 책임론과 반개혁 세력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궁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친노계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내달 당 대표 선거결과는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