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는 넘었지만..'채동욱호' 산 넘어 산

청문보고서 여야 합의 채택..검찰개혁 과제 '잔뜩'

입력 : 2013-04-04 오전 9:18:4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4일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채 후보자는 곧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을 받고 새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취임한다.
 
지난 2일 실시된 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근래 보기 드문 인사청문회였다. 이례적으로 여야 위원들 모두로부터 칭찬이 쏟아졌다. 그야말로 ‘훈훈한’ 분위기에서 채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난해 말 이른바 ‘검란’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인 난제가 태산같은 무게감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120여일간의 검찰총장 공백 사태를 겪은 검찰 내부조직을 규합하기도 전에 채 후보자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짐을 안았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상대적으로 채 후보자의 개인적인 자질보다는 검찰개혁과 관련한 문제에 질문이 집중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채 후보자가 당면한 검찰개혁과제는 크게 세가지로 정리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도입, 감찰 강화 등 검찰 자정화 노력이다.
 
◇오랜 논의 불구 해결 쉽지 않아
 
이들 문제 모두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왔고 지난 대선에서는 여야 대선후보가 공통적으로 선순위에 올려 놓은 핵심공약이다. 그러나 풀어나가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다.
 
우선 시간이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올 6월까지 검찰개혁안을 마련해 입법화 시킨다는 입장을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중요과제들을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입법은 물론 법무부, 검찰 및 유관기관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 국민들의 뜻을 묻기 위한 공청회도 열어야 한다. 때문에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구체적인 개혁과제들로 파고들어 가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더 많다. 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부패수사의 공백이 우려되는 만큼 보완책 마련을 선행한 후 폐지해야 한다. 그것이 대검에 있을지 서울고검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대검의 공안부처럼 일선 특수부 수사를 지원, 지휘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논의를 존중하고 거기에 맞는 나름대로의 최선책을 내놓는 다는 것이 전제다.
 
이를 토대로 전망해보면 중수부 폐지에 대한 개혁안은 대검에 수사지휘 내지 감독부서만을 두고 기본적으로 일반 사건들은 지검 특수부를 보강해 수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또 지검 특수부 차원에서 감당할 수 없는 중대형 사건들은 특별수사단 규모의 맞춤형 TF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서는 특임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과의 거리를 두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 강화' 서울중앙지검장 정치적 중립 우려
 
그러나 중수부가 폐지되고 그 기능이 대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갈 경우 이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청와대나 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전통적으로 검찰총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채 후보자도 이를 우려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 취임 후 장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 규모의 맞춤형 TF에 대해서도 채 후보자는 “대검에 설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수사권 독립 보장을 강조했다.
 
특임검사제 운용도 인력과 예산을 검찰총장에게 지원받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전한 독립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채 후보자는 “현재 감찰 부문의 특임검사도 검찰총장이 일체 수사 과정에서 관여를 안하고 있다”며 “이를 위반하면 검찰청 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임검사를 임명해서 수사를 진행하게 되면 전적으로 특임검사 책임하에 모든 수사를 진행하고, 수사 결과만을 보고하되 검찰시민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며 “시민에 의한 통제가 당연한 전제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특임검사' 수사 과오시 책임 부담 모호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특임검사가 잘못 수사를 하거나 수사가 미진한 경우 등 과오가 있을 때 책임 부담도 모호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검찰개혁 중점과제 중 ‘상설특검제’는 중수부 폐지 문제 못지않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일단 도입만 결정됐을 뿐이지 인적, 물적 구성을 미리 마련해 놓는 기구특검제로 갈지 상시법 만을 규정해놓고 사안이 생길 경우 법률상 요건에 따라 진행하는 제도특검으로 갈지 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
 
이와 함께 상설특검제가 제2의 검찰을 별도로 두는 셈이라는 지적과 함께 검찰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온다. 상설특검 수장의 예우와 권한을 어느정도 둬야할지도 검찰 수뇌부와의 관계를 따져보면 쉽게 규정할 수 없는 문제다.
 
논의의 물꼬를 어떻게 트느냐도 고민거리다. 현재 상황을 보면 국회나 정부에서도 상설특검제에 대한 이렇다 할 밑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핵심 관계기관으로서 의견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막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우선적으로 입법작용이 있어야 하는 만큼 국회와 정부에서 서둘러 시작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검찰비리 척결을 위한 감찰기능 강화도 채 후보자가 무게를 두고 풀어야 할 문제다. 어떤 면에서는 중수부의 정치적 논란보다도 국민으로부터 검찰을 멀어지게 한 결정적인 과오가 이 문제다.
 
◇'결정적 과오' 검찰비리 척결도 난제
 
이에 대해 채 후보자는 “감찰기구를 확대 개편하고, 외부 인사를 대폭 특채해서 가급적 검사나 검찰수사관의 비리에 대해서는 외부 수사관들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체제를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사 임용과정에서도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검사적격 심사 주기를 단축시켜서 부적격 판단을 받은 검사는 가차없이 퇴출하겠다”고 강도 높은 자정작업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채 후보자는 “검사나 수사관들이 비리를 저질러 얻은 불법이득을 전액 몰수할 수 있는 징계부가금제도 검토와 비리 검사가 나가서 변호사 개업하는 것을 법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채 후보자는 A4 용지 두 장 남짓한 분량의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새 검찰총장의 가장 중요한 소명은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두 번이나 강조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수장 공백 상태를 지나온 검찰조직의 쇄신과 함께 새 정부 첫 검찰총장이라는 부담, 그리고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은 채 후보자에게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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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