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글쎄요. 북한 리스크가 하루 이틀 불거진 것도 아니고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올해만 해도 벌써 몇 번째 반복되지 않았나요? 북한발 리스크가 일시적 악재라는 건 주식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죠."(50세·A 투자자문사 대표 B씨)
4일 북한 리스크에 현대·기아차 리콜사태가 겹치며 장 중 한때 연중 저점을 우려할 정도로 코스피가 급락했지만 여의도 증권가는 비교적 덤덤한 모습을 유지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1960선에서 장을 시작해 장 중 1930선까지 밀려났다.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상대로 10일까지 철수할 것을 통보했다는 언론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
에어백과 브레이크에서 불량이 발생하자 현대·기아차가 국내외 대규모 리콜을 발표한 일도 지수 하락에 한 몫했다. 오후 들어 통일부가 개성공단 철수 보도가 오보임을 밝히자 급락세가 진정되며 코스피는 전일 대비 23.77포인트(1.2%) 하락한 1959.45로 장을 마쳤다.
북한발 리스크가 증시를 흔들었음에도 여의도 증권가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비슷한 일이 이미 몇 차례나 거듭됐다는 이유에서다.
◇4일 북한발 리스크가 부각되며 증시가 요동쳤지만 여의도 증권가는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의 풍경.
투자자문사 대표 B씨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은 잠깐 움직이지만 '예전처럼 이러다 말겠지'하고 받아들이는 투자자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부서 내부에만 있어 잘 몰랐을 수도 있지만 북한 도발 이슈나 지수 하락문제가 심각하게 언급되지는 않았다"며 "다른 문제에 바빠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증권가 반응에 대해 안진철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내부에서 보는 시각과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위기감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오늘 코스피 지수 하락에 개인과 기관은 거의 관여하지 않은 반면 외국인의 부정적 시각은 대거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기관은 4954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떠받쳤다. 개인의 경우 301억원 가량을 순매도했지만 북한발 리스크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외국인은 4703억원 가량을 내다팔며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한편 일부 개인투자자 중에는 이날 북한 관련 보도가 번복된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투자자 C씨는 "방산주를 보유 중인 일부 고위 세력이 뉴스를 조작해 매수세를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항간에 나오고 있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