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제약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보험등재의약품목록 정비사업 일환으로 7800억원, 지난해 일괄 약가인하 조치로 1조7000억원 약가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 새 약가인하 조치인 '사용량 약가 연동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제약업계를 향한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이 이어지면서 몇몇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철수설까지 언급하며 강한 반발에 나섰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약가 인하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된 국내 제약사들마저 경영위기를 하소연하며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또 사용량 약가 연동제 시행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약산업 육성 정책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외 제약사가 연합전선을 형성, 정부에 대항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임원은 16일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은 건보 재정을 메우기 위한 술책이란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왜 제약업계가 정부 재정을 메꿔야 하느냐”며 “이제 ‘약만 팔아서는 답이 없다’는 인식이 업계에 팽배하다.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를 향한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는 조만간 새 약가인하 정책 ‘약가연동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약업계는 새로운 ‘먹거리’로 최근 건강기능식품시장에 눈독을 돌리고 있다. 현대인의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과 건강(장수)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일양약품(007570)은 40~60대 중장년 여성을 상대로 개별인정형 건식 ‘자아궁보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동아제약은 성인용 기저귀 시장에까지 진출하는 상황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들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가 시행되면 직격탄은 오리지널 제품이 맞을 공산이 크다. 다국적 제약사들로서는 손에 든 '창'을 잃는 셈이다.
사정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시장 철수설까지 거론하며 방편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국적 제약사 한 임원은 “본사에서 혁신 신약을 출시했음에도 적절한 약가를 못 받으면 한국시장에서 철수시킨다는 압박 카드를 내밀고 있다. 세계시장에 비해 규모가 너무나도 적어 (철수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철수 문제가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제약 시장(2012년 IMS데이터 기준)은 1000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중 한국시장은 약 10조원 규모로,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채 1%밖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