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 `고객 책임`..소비자 보상 어려워 질 듯

법원, 1심 판결 뒤집어..금융당국, 금융권 소비자 보상책임 강화에 제동

입력 : 2013-04-26 오전 11:41:32
[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법원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대해 은행이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향후 이같은 피해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보상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보이스피싱이나 해킹 피해 등에 대해 금융권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금융당국도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26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피해자 우모씨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재판장 이효두)는 26일 우모씨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제3자에게 비밀번호 등을 알려준 것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하면서 1심 원고승소 판결을 뒤집었다.
 
이는 우리은행의 보상책임을 강조해 피해금액을 대부분 보상하라는 1심과 달리 우모씨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해 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따라서 우모씨는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우모씨는 상고를 하지 않아 최종 보이스피싱 관련 판례로 남게 됐다. 향후 이같은 소송이 일어날 경우 소비자들은 은행에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억울한 전자금융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책임을 지고 일부라도 보상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법원이 은행 손을 들어주면서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던 금융당국의 정책에 일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우모씨의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을 우리은행이 40~50%정도 배상해줄 것을 권유해 은행권 전체적으로 일부 보상 분위기를 마련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권고를 따를 이유가 없다는 명분이 생긴 것.
 
또 29일 은행의 피해보상 책임을 강화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법사위원회 통과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소비자가 전자금융 거래를 할 때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해킹 당해 손해를 본 경우 금융사의 과실이 없더라도 피해를 배상하도록 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중과실이나 고의성 없는 경우로 단서를 붙여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번 판례로 인해 소비자 보상은 쉽지 않을 것을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권이 고객보호의무 차원에서 일부 보상책임을 가져가야 한다 생각한다”며 “카드사들도 카드론 보이스피싱과 관련해서 책임을 지고 자율적으로 40~50% 가량 보상을 해준 바가 있는데 은행권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같은 판결에 대해서 안도를 하면서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금융사기 피해자에 대해서 보상을 해주고 안전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고객 본인이 주의 의무 등 소홀히 한 것이 밝혀져 은행이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어렵다”며 “은행들이 모여서 보이스피싱 보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모든 경우에 대해 열어주면 선의의 고객들이 보상을 못 받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은행권의 경우 고객의 피해 상황에 따라 최대한 보상을 해주고 있으며 금융사기 피해를 최솨화 하기 위해 앞으로 취약시간 대 일어날 수 있는 금융사기에 대한 보안 대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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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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