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휘발유 원가인 국제 휘발유 판매가격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 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5월 첫째주 유류세는 리터(ℓ)당 920원보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 판매가격인 741원으로 ℓ당 180원 비쌌다.
시민단체들은 유류세 비중이 휘발유 가격에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이 국제 휘발유 판매가격 인하폭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주유소 전경(사진=염현석기자)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은 지난 3월부터 국내 휘발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구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내림세로 전환된 3월 이후 유류세 등 세금이 휘발유 원가인 국제 휘발유 판매가격보다 리터(ℓ)당 200원 가까이 비싸다고 밝혔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 하락속도가 더딘 원인으로 감시단은 정유사들이 국제휘발유가격이 상승할 때 주유소 공급가격을 더 많이 인상하고 인하할 때에 더 적게 인하하는 비대칭성과 판매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4월 한달동안 정유사들은 주유소 공급가격을 ℓ당 918원에서 895원으로 내렸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유류세도 ℓ당 925원에서 921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가격은 ℓ당 45원 하락했지만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은 ℓ당 23원, 유류세는 4원 하락하는데 그쳤다.
4월 한달동안 정유사들이 주유소 공급가격을 국제휘발유 가격보다 ℓ당 22원 더 적게 인하한 것도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 하락폭이 작아진 이유지만 판매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 변동이 거의 없어 인하효과가 미미해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세금에 대한 문제를 직접 언급할 순 없지만 현재 유류세 인하를 정책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5월 첫째 주 국내 석유제품 가격 구성(자료제공=오피넷)
업계도 박근혜 정부의 '세수 확장 없는 복지정책'을 감안할 때 유류세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국내 유통되는 휘발유·경유로 거둔 세금은 각각 11조1097억원과 16조716억원이다. 지난해 휘발유와 경유는 20주 연속 하락했지만 ℓ당 1900원, 1700원 이상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역시 정부는 30조원 가량의 세수를 석유제품 유통으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9주 연속 휘발유·경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ℓ당 각각 1900원, 1700원 밑으로 하락하지 않고 있고 국제유가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지난해 수준의 유류세 확보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업계는 유럽의 금리인하와 미국의 경제지표 개선 등으로 국제유가 상승 요인이 산재해 있어 정부가 휘발유·경우 유통으로 세수를 지난해 보다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비싼 이유는 유류세 때문"이라며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제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 정유사들도 4월 한달 동안 유통비용과 마진을 ℓ당 10원가량 인하하는 등 유통마진 측면에서의 기름값 안정화는 이미 한계치까지 왔다"며 "유류세 인하 없이는 휘발유 판매가격이 1900원 밑으로 하락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보경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 단장은 "정유사에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국제휘발유가격에는 산유국과 정유사의 이익이 이미 포함돼 있다"며 "유류세 인하도 중요하지만 2중으로 이득을 챙기는 정유사 유통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송 단장은 이어 "정유사와 주유소 마진, 세금 등의 비율을 감안해 국제휘발유 가격이 ℓ당 865.49원 이상인 고유가가 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탄력세를 현재 +11.37%에서 -11.37%로 인하하면 ℓ당 167.5원의 기름값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며 "서민 경제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탄력적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