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끝나지 않는 愛憎, '4대강의 온도'

입력 : 2013-05-16 오후 5:14:21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얼마 전 남녀 연애의 현실적인 감정과 사건을 다룬 '연애의 온도'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극중에서 3년째 사내 비밀연애 중인 커플 이민기와 김민희는 비밀연애답게 남들 눈을 피해 짜릿하게 사랑하지만, 서로 이별을 고하는 순간부터 더욱 질척거리는 사이가 된다.
 
서로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돌아서지만 곧 서로가 그리워 눈물을 흘리고, 앞에서는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라며 쿨하게 대하지만 몰래 상대방을 염탐하고, 미행까지 서슴지 않는, 한마디로 '찌질한' 모습을 보인다.
 
최근 정부가 4대강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을 대하는 것이 어찌 보면 이 영화 속 커플들의 관계와 비슷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부와 건설사와의 관계는 연애(?) 초부터 삐그덕 거렸다. 사업초기부터 '대형사 밀어주기'라는 의혹과 함께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정감사와 대선후보들의 공약 등 정치적인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도마위'에 올랐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공정위가 참여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토해양부 장관이 직접 시공사 CEO들을 청사로 불러 "수고가 많다",  "잘해 보자"며 노고를 치하하는 '밀당'(밀고 당기기)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건설사들은 수익은 둘째치고, MB가 밀어붙인 국책사업이라는 상징성과 업체 간 불붙은 은근한 자존심 경쟁  때문에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업체들은 공기를 단축하기 위한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설계에서부터 인력부족에 시달렸고 건설장비나 자재구입에도 큰 애로를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에도 보수작업으로 적자 공사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4대강 시공사 관계자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국책사업의 상징성과 자존심을 위해 공사에 나섰는데 정부가 '기(氣)'라도 살려주길 바랬거늘 '임찰담합'이라는 오명만 남았다"고 한탄하고 있다.
  
특히, 수주업계 특성상 정책당국에 미운털이라도 박히면 후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불만도 제대로 제기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해왔다는 전언이다.
 
관계가 끝나고 나서도 끝이 아니다. 사업이 마무리된 지난해에는 공정위에서 4대강 1차 턴키공사 입찰과 관련해 조사를 벌여 6개 대형건설사에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13개 업체에 대해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와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건설사 때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건설사들을 더 힘빠지게 한 것은 15일 압수수색보다 정부의 불균형한 국정 운영이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건설사 최고경영자들과의 공식적인 만남에서 업계의 건의사항을 듣고 지원을 약속했다. 업계도 '경제민주화 실현'과 '창조경제'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채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또 다시 재연된 '밀당'에 건설사들은 '멘붕'에 빠졌다. 윤창중 악령을 씯어 내고자 국면 전환용으로 건설업체를 향해 칼을 뽑은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가능한 대목이다.  
 
건설사들은 이 처럼 너무나 도 큰 정부의 '연애 온도차'에 지칠 대로 지쳤다. 피해의식도 크다. 그러나 정부를 탓하기 전에 감내 해야 할 업보라고 생각해야 한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고 했다. 정부가 국면 전환용으로 업체를 활용했다 한들, (어떤 방식으로든) 역사의 한페이지를 할 국책 사업에 자랑스럽게 뛰어들었다 한들, '비리 의혹'이라는 빌미를 제공한 것은 큰 실수다.
 
4대강 사업은 비난을 받아왔고 또 얼마나 더 많은 손가락질을 받을 지 모르는 위태로운 결과물이 됐다. MB정부의 과오를 털어 버리고 싶은 박근혜 정부가 전 정부와 '애증관계' 였던, 거기에 훌륭한 먹잇감까지 내어준 건설사들를 건드리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부도 4대강 사업을 결정하고 시작했으면 기존의 성과대로 잘 마무리하고 추스리는 역할이 중요할 것이며, 건설사들 역시 잘못한 것이 있다면 잘못을 시인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바로 5년간의 연애에서 질기고도 질긴 애증관계를 청산하고, 아름답고 쿨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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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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