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지난 29일
남양유업(003920) 현직 대리점주로 구성된 전국대리점협의회가 매출 부진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이 단체에 본사가 개입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현직 대리점주 10여명은 기존 피해대리점협의회와 함께 31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앞에서 본사의 횡포를 증언하고 새 협의회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창섭 피해대리점협의회 회장은 "1000여개의 대리점이 참여했다는 단체가 나서 피해 대리점주들이 교섭을 지연하고 보상만을 원해 현직 대리점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성명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 정말 피해를 받고 있던 현직 대리점주들이 본사 협박의 굴레를 버리고 피해를 증언하고 싸워주겠다고 연락을 취해와 이번 회견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대리점주는 지난 1월부터 대리점을 운영하던 중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는데 본사가 일방적으로 피해 보상을 운운하며 권리금도 주지 않은 채 그만두도록 했다"며 "그의 거래처는 최근 본사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협의회의 회장에게 넘어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경기 안산시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고종상 점주는 "최근 새로운 협의회가 결성돼 본인도 포함됐지만 어느 경유로 들어가게 됐는지 모른다"며 "본사가 진정성이 있다면 직접 와서 사과하고 그동안의 피해 금액을 정당하게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지역의 김영락 대리점주는 "수원지점 회의실에서 경기 일대 대리점주 30여명이 모여 동시에 본사가 결성한 상생협의회 가입이 이뤄졌다"며 "하지만 상생협의회의 대표도 이미 지점장이 내정한 상태로 더는 이 단체를 믿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날 피해대리점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검찰은 새 대리점협의회가 본사가 개입해 만들어진 단체임을 뒷받침하는 내부 문건을 일부 지점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
정승훈 협의회 총무는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늘만 30여곳의 대리점에서 가입 의사를 밝혀왔다"며 "이에 관한 문제를 이번 4차 교섭에서 본사에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에 함께한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전국유통상인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이번 사태에 대한 남양유업 측의 진정한 반성이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경제민주화국민본부 공동 사무처장은 "최근 대리점의 자살 문제가 불거졌던 배상면주가와 CU는 본사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사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전했다"면서 "반면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이 먼저 그동안 저지를 잘못을 사죄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보상과 재발방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일부 지점장의 수첩 메모에서 협의회 가입에 관한 메모가 발견됐지만 해당 대리점에서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의회 결성 초기에 지점의 장소를 빌려준 것이 이같은 의심을 사고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협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열린 본사와의 4차 교섭에서 지난 3차 교섭이 장소 선정 문제로 무산된 데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교섭의 인사말에서 이창섭 회장은 "본사는 장소란 형식을 문제삼아 꼬투리를 잡고 언론에까지 배포했다"며 "정말 우리와 교섭하고 상생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3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현직 점주 10여명이 피해를 증언하고 교섭 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해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