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국가정보원 직원 세명이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모씨를 변호 중인 변호사 3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민변측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은 민변 소속 장경욱·김용민·양승봉 변호사 등을 상대로 지난 5월10일 서울중앙지법에 총 6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국정원 직원들은 소장에서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관해 장 변호사 등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 직원들이 회유, 협박, 폭행, 감금에 의해 사건을 조작한 것 처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국정원과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변측은 "유씨에 대한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실이 유씨 여동생의 양심선언으로 전모가 밝혀진데 대한 보복성 소송으로, 적반하장격 소송"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변측은 "유씨의 국보법 위반 사건 증거는 여동생의 증언이 유일하다시피 한데 이는 국정원이 유씨의 여동생에게 '오빠를 위한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회유, 협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의 주장이 설령 사실이더라도 법원에 증거들을 제출해 재판부의 판단을 받으면 족하다"며 "국정원의 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변호인을 피고로 지목해 손해배상소송이라는 수단을 동원한 것은 변호인들의 법정 변론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측은 이어 "이번 소송은 본질적으로 국가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기 위한 의도로 제기한 소송"이라며 "국민의 기자회견을 통한 입장표명을 소송으로 입막음을 시도하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인권친화성이 대단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장 변호사 등은 지난 4월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씨의 간첩사건은 국정원이 유씨의 여동생을 협박 및 회유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유씨의 여동생은 "국정원이 조사에서 오빠가 간첩인 것처럼 유도했다"며 "이를 인정하면 오빠 형량을 낮춰주고 한국에서 오빠와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그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변측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이며 사과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고발과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으며, 민변측은 "충분히 근거 있는 자료를 합리적으로 검토해 판단한 결과"라며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