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끄는 검찰, 원세훈 신병처리 '도로 제자리'?

공소시효 만료 10일 전까지 아무 결론 못내
검찰 "아직 선거법 위반 여부 검토 중"

입력 : 2013-06-09 오후 5:41:0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신병처리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도로 제자리’ 수준으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9일 현재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공직선거법 의율이 가능한지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최현진기자)
 
검찰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의율 가능성에 대한 고민 중”이라며, “원 전 원장 신병처리 여부 결정문제는 현재로서는 반반으로 전망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 “시간이 별로 없으니 오늘이나 내일까진 어떤 결론이든 나야 할 듯하지만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해 오늘 안에 원 전 원장에 대한 신병처리 결정이 나지 않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검찰이 원 전 원장에 대한 신병처리가 당초 무게가 실리던 ‘선거법 위반’ 적용에서 한발 물러나 ‘국정원법 위반’으로만 의율 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음으로써 ‘도로 제자리’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가장 유력한 전망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과 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하는 것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수사를 진행해 온 수사 실무팀의 결론으로, 채동욱 검찰총장도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검찰 보고를 받은 뒤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과 구속영장 청구 부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벽에 부딪혔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사진=뉴스토마토DB)
 
검찰 재직시절 공안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황 장관이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증거확보가 불충분하고, 때문에 이를 근거로 구속영장 청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이 반대했으나 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오는 19일로부터 10일 전인 오늘 오후 까지 검찰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특히 구속영장 청구는 사실상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거법 위반 여부 등을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나 기각시 재청구여부 검토 등을 일정에 따라 따져볼 경우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검찰은 지금까지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국정원법 위반과 선거법위반 혐의 적용을 위한 증거를 상당히 확보한 상태지만, 구속영장발부의 중요 요소인 ‘증거인멸 및 도주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2회 소환조사했으며, 출국금지 시켜놓은 상태로,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 달 27일 원 전 원장의 재소환 조사시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이미 이 때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사진=뉴스토마토DB)
 
이런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국정원법 위반 및 선거법 위반에 따른 불구속기소’ 전망이 유력하다.
 
황 장관이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수사팀을 비롯한 검찰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도 ‘영장청구 기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서 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하되 불구속 기소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금 힘을 얻는 것이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을 적용한 불구속기소’가능성이다.
 
봇물을 이르고 있는 원 전 원장에 대한 신병처리 가능성에 대해 오늘 검찰에서 나온 “선거법 위반 의율 가능성에 대한 고민 중”이라는 반응이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을 적용하는 것은 검찰이나 법무부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우선 수사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여론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 문제 제기로 ‘제2의 검란’사태로도 번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 혐의로 원 전 원장을 고발한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재정신청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소시효 만료일인 오는 19일로부터 10일 전인 오늘까지 기소하지 않아도 재정신청이 청구 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제273조는 검사가 공소시효 만료일전 10일까지 기소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통지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고발인이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채동욱 체재’의 검찰이 첫 시험대에서 수사진행 및 시간조절 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의 말대로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어서 원안대로 국정원법 위반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 전 원장을 구속기소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시간까지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신병처리를 놓고 고민 중이다. 결정은 오늘 저녁 늦게나 10일 오전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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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