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선거법 위반' 법원 인정할까?

"원장 지시및 강조 말씀, 하부로 내려가며 선거개입으로 구체화됐을 것"

입력 : 2013-06-12 오후 5:47:4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재판과정에서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는 국정원법 9조 위반과 공직선거법 85조1항 위반 혐의를, 김 전 청장에게는 형법상 직권남용과 경찰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85조1항 위반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할 방침이다.
 
핵심 쟁점으로 예상되는 혐의는 선거법 85조 1항이다. 특히 원 전 원장의 경우 국가정보기관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 법원에서 인정되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민주적 정당성의 측면에서 치명상을 입게 된다.
 
선거법 85조 1항 위반에 대한 판례는 극히 적다. 그나마도 대부분 선거를 앞두고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서 직원들에게 특정인을 지지하라는 수준이다. 판단이 매우 모호한 이번 사건에 비해 혐의가 분명하며 모두 유죄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이 판례가 쌓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검찰이 그동안 공무원들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범죄를 제대로 사법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도 이 같은 검찰의 미온적 수사가 불러 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법 전문 변호사들의 의견도 팽팽하다.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의 뿌리가 된 원 전 원장의 ‘지시 및 강조 말씀’이 직접적으로 선거 개입에 대한 고의와 목적을 가지고 하달됐는지가 1차적인 쟁점이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한 원 전 원장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 많은 격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변호사들은 원 전 원장의 ‘지시 및 강조’ 말씀이 추상적이더라도 하부로 내려가면서 선거 개입 작용으로 구체화됐을 것이고, 국정원 시스템을 잘 아는 원 전 원장으로서도 이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원 전 원장의 ‘지시 및 강조’ 말씀에는 대선 중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거나 반대하라는 내용은 없다. 다만 ‘종북세력 제도권 진입저지, 대선시기 종북세력 인터넷 대응’ 등의 취지가 담겨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른바 ‘댓글사건’에서 확인된 국정원 직원들의 인터넷 활동은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와 문재인 또는 이정희 당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찬반 활동으로 구체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법 사건 전문 변호사인 이재화 변호사는 “원 전 원장의 ‘지시 및 강조’ 말씀이 있었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댓글 작업이 진행됐다면 결국 내부에서 순차적인 공모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대선시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작업은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이들 모두가 공동정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원 전 원장이 재판단계에서 ‘지시 및 강조’말씀은 일반적인 대북심리 활동일 뿐이고, 댓글작업 등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지 못해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고의성을 부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국정원 체계상 국가적 중요상황인 대선기간 중 직원들의 이같은 활동상황이 보고되지 않았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작업으로 선거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검찰은 15개 인터넷사이트를 수색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 700여개와 찬반 클릭을 포함한 게시글 1만여개를 확인했으며, 이 중에는 문재인◇이정희 당시 후보의 발언을 비판한 내용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보강하기 위해 막판까지 공을 들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선거법 전문 변호사들은 유죄 인정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이 변호사는 “선거법 위반사건의 특성상 관련자들이 모두 증언을 거부하기 때문에 법원의 태도는 반드시 명시적인 증거를 요구하기 보다는 간접사실을 갖고 주요사실을 추인하는 형태”라며 “구체적인 선거개입 댓글이 많지는 않더라도 원 전 원장의 지시와 댓글 작업의 시기, 내용, 정황, 그에 따른 네티즌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선거 개입 인정이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정에서 원 전 원장이 선거 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허위사실 대처를 강조했다는 문건과 “종북 세력에 대한 대북 심리 활동을 지시했을 뿐”이라는 내부 문건을 증거로 제시하며 혐의를 부인할 것이 예상되나 유죄로 예상하는 선거법 전문 변호사들은 “선거사범 대부분이 비슷한 주장을 한다”며 “신빙성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원 전 원장에 대한 혐의 입증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서초동에서 선거법 사건을 많이 변호한 변호사는 “사안의 중대성이 워낙 큰 만큼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에 대한 고의 입증이 쟁점이 될 것”이라며 “본인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관련 직원들 또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다면 상당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한 고의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선거법 전문변호사도 “보다 구체적인 선거개입 지시 및 보고 정황이 없이 간접사실로만 혐의 입증에 나선다면 법원이 의심 없이 받아들일 만큼의 신빙성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최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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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