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많은 사람이 지나치고 있는 사실 가운데 하나가 농협도 엄연한 협동조합이란 점이다. 심지어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3위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한국은 협동조합 강국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진 않다. 누가 농협을 조합다운 조합으로 여길까? 아마 대다수 사람은 '조합' 보다 '은행'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요즘 농협이 뉴스에 심심찮게 오르고 있다. 정확히는 농협금융지주다.
농협금융지주의 신동규 회장이 "제갈공명이 와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사실상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를 정조준한 멘트를 날린 뒤 사퇴한 게 지난 달 말이다.
뒤이어 임종룡 회장이 지난 11일 농협금융지주 수장으로 취임했는데 세간의 관심은 '모피아' 출신 임 회장과 농협중앙회의 기싸움이 얼마큼 흥미롭게 전개될지 궁금하단 눈치다.
이른바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임 회장과 다른 금융지주 회장의 인사를 한 데 묶어 "박근혜정부가 '모피아 낙하산'으로 관치금융을 시도"한다는 지적이다. 민주통합당이 최근 논평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농업협동조합'과 '관치'라는 말도 지극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농협금융지주가 '5대 금융지주'로 끼어있다는 사실 역시 새삼스럽다.
언제부터였을까? 제스프리, 폰테라, 선키스트 같은 해외의 유명 농업협동조합은 농가에서 고생해 키운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는 일에 주력했지만 국내 농협은 '돈놀이'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농협에 '관 냄새'가 배어든 역사는 박정희정권이 농협과 농업은행을 통합해 농협중앙회를 만든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그 역시 뿌리 깊다 할 것이다.
이런 고질적 문제를 개혁해 보겠다고 오랜 논의 끝에 지난해 3월 농협의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을 따로 떼는 조직 분리도 단행했다.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으니 좀 더 두고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씁쓸하다. 농협금융지주를 둘러싼 일련의 소동은 농협이 사람들 머리 속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재확인시켰다.
사람들은 농협 하면 '금융'이나 '디도스', '관치'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 ‘협동조합’ 정체성을 기억하지 않는다.
농민을 위한 농협중앙회 차원의 사업계획이 없지 않겠지만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