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부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사건'의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사건 발생 3년만으로, 이 사건은 다섯 번에 걸친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이며 유죄와 무죄선고가 거듭되다가 결국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피고인의 치밀한 조작극으로 결론이 났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살인과 사체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손모(43·여)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범행 시각과 방법 등이 불명확하다는 손씨의 주장에 대해 "범행시간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접촉한 경위 등이 자세하게 적시되어 있어 살인의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없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사건 발생 무렵 3개월 여 전부터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거액의 월 보험료를 납입하면서까지 피고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다수의 생명보험에 집중 가입하고, 여러 차례 독극물과 살인 방법, 사망신고절차, 사망보험금 등에 대해 알아보는 한편,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계획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였던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가 대구를 떠나 사망하기까지 사이에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고 피해자가 사망당시 메소밀 중독의 특성을 보였는데, 피고인은 메소밀을 인터넷으로 자주 검색했고 사건 발생일 2주후 메소밀을 소지했던 사실이 확인 된 점, 피해자 사망 직전·직후 피고인의 보험금 청구 등의 사정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피고인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살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손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편과 헤어진 뒤 백혈병을 앓고 있는 딸과 노모를 부양하면서 열세살 연하의 어린 남자친구와 교제했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이를 막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판단, 총 24억여원 상당의 생명보험을 든 뒤 거액을 탈 것을 마음먹고 자기 대신 시신이 되어 줄 노숙자를 물색했다.
손씨는 2010년 6월 자신을 어린이집 운영자라고 소개한 뒤 어린이집 보모로 취직시켜주겠다며 대구의 한 복지단체에서 여성 노숙자 김모씨를 데려왔으나 김씨는 그 다음날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후 손씨는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김씨의 시신을 서둘러 화장한 뒤 유골을 바다에 뿌렸고 자신이 죽은 것처럼 신고해 보험금을 받았으나 이후에 사기로 보험금을 탄 사실이 발각 돼 살인 및 사기 등 13가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손씨는 '같이 술을 마시 던 중 술을 사러간 사이 돌아와 보니 김씨가 가슴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을 뿐 자신이 사래한 것이 아니라며 살인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손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 범행을 실행해 김씨를 살해했다며 손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부검 등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고, 질병으로 인한 돌연사 또는 자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살인혐의를 무죄로 판단, 나머지 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후 상고심에서는 손씨에 대한 살인 혐의가 짙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고, 사건을 되돌려 받은 부산고법은 손씨에게 살인혐의를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손씨가 재상고 했다.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