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8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박모씨에게 돈을 빌려준 이모씨 등 2명이 박 전 의장을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변호사나 국회의원이 그 사무장이나 지역선거구 관리 등 업무 수행자를 통하여 자신과 특별히 친분관계도 없는 사인(私人)으로부터 고율의 이자를 약정하여 금원을 차용하는 행위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약속어음 등에 날인된 피고의 인장은 ‘변호사 박희태 소송인(訴訟印)’이라고 각인되어 있어 소송 등 변호사로서의 본래 업무수행에만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이 외관상 명백한데 이런 인장을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시킨 피고의 행위를 들어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파누는 이어 “피고가 1개월에 1회 정도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고, 원고들이 사무실을 수시로 찾아간 것이 사실이라면, 원고들로서는 얼마든지 직접 피고를 상대로 박씨의 차용행위를 확인하거나 차용금의 변제를 독촉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런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박 전 의장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근무하면서 박 전 의장의 정치활동 과정 등에서 생긴 빚을 갚도록 도와달라며 2003~2004년 사이에 이 모 씨 등으로부터 모두 4억1200여만원을 빌렸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박 전 의장의 변호사 명판과 도장이 날인된 차용증 또는 약속어음을 끊어줬는데 돈을 갚기로 한 날이 되어도 돈을 갚지 않자 이씨 등이 박씨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박 전 의장에게 사용자로서 관리를 다 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배상액에 대해서는 박씨가 박 전 의장의 지시로 돈을 빌렸는지 확인하지 않은 이씨 등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박 전 의장의 책임을 70%로 제한하고 2억8000여만원만 배상하라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