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녹취파일' 입수 경로, 절취냐 제보냐

월간지 H기자와 민주당 김모씨 주장 크게 엇갈려

입력 : 2013-06-29 오전 10:07:22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지난 26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권영세 녹취파일'의 일부 내용을 폭로한 이후,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도청했다"며 "도청전문정당"이라는 극한 어휘까지 동원했다.
 
이에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동석했던 기자 한 명이 녹음한 것이고, 그 파일이 제보된 것"이라고 파일 입수 경위를 설명하며 새누리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전날까지 민주당의 '도청'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던 새누리당은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녹음파일이 "절취된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모 월간지 H모 기자가 휴대폰을 바꾸면서 기계 안에 있는 녹음 파일과 사진 등을 옮겨달라고 민주당 당직자 김모씨에게 부탁하며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세 중국대사(전 박근혜캠프 종합상황실장)
 
홍지만·김태흠 원내대변인의 말을 종합해보면, 새누리당은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의 라디오 인터뷰 이후 당시 권영세 박근혜캠프 종합상황실장(현 중국대사)과 동석했던 기자들을 수소문해 찾아, 여기서 H 기자가 당시 상황을 녹취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H 기자는 새누리당에 "민주당에 녹취파일을 전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후 H 기자는 이날 녹취파일을 공개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절취' 행위자로 김모씨를 지목해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고소장에서 "내가 녹음한 파일이 절취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밝혔다.
 
그러나 김모씨는 H 기자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H 기자가 휴대전화를 교체했다며 구 휴대전화의 데이터를 새 휴대전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내 휴대전화에 있는 외장 메모리카드를 빌려준 적이 있다"며 "허 기자가 이 카드를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았는데 내가 무슨 재주로 녹음 파일을 가져올 수 있겠나"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대선 이후 H 기자로부터 '권영세 녹취파일'의 존재를 들은 후 최근까지 이를 달라고 여러차례 부탁했지만 H 기자는 이를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권영세 녹취록 폭로 하루 전인) 지난 25일 이 자료를 받게 되면 민감한 사안에 휘말리게 될 것 같아서 최종적으로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공개한 H 기자와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25일 오전 9시37분 H 기자는 김씨에게 "먼저 올리셔야 저도 올려요^^"라고 보냈고, 이에 김씨는 "됐다 관둬라 몇 달을 기다릴꼬"라는 답문을 보냈다.
 
이어 오전 10시4분 H 기자는 "오늘 중 바로 올릴게요"라고 보냈고, 김씨는 오전 11시50분에 "H 기자, 그거 올히지(올리지의 오타) 마라. 민감한 사안에 안 휘말릴려고"라고 답문 했다.
 
이후 결국 해당 녹취파일은 결국 민주당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어제는 도청, 오늘은 절취, 내일은 협박이나 강압으로 뺐었다고 나올 것인지 모르겠다. 계속 시리즈를 이어 가는 것 같다"고 새누리당의 행태를 비꼬았다.
 
이어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이에 대해 법적대응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새누리당에서 권영세 대사의 음성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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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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