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2011년 가을, 소셜커머스 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반년을 지탱했던 이른바 ‘4강 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입니다.
일찌감치 쿠팡이 대규모 자금유치에 성공하고, 가장 뒷배경이 부실했던 티켓몬스터가 든든한 우군을 만들자 그루폰코리아와 위메프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두 업체는 티켓몬스터와 쿠팡에 비해 비교적 시장에 늦게 진입해 트래픽과 거래액 모두 뒤쳐진 상태로서 “지금처럼 매달 수십억원씩 총알을 쏟아야 하는가, 아니면 시장 주도권을 내주고 한발 물러나 상황을 관망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이때 그루폰코리아는 피치 못할 내부 사정으로 후자를 택했습니다.
◇ 그루폰코리아 사옥입구 (사진=최용식 기자)
당시 그루폰 본사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지속 성장을 모색하고 새로운 형태의 이커머스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공모액을 유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소셜커머스 사업모델을 두고, “노동집약적이고 고정비가 많이 들며 실속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회계상 매출 규모가 크고, 이익률이 괜찮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었던 지사에게 “불필요한 지출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 어느 시장보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던 한국 지사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루폰코리아는 본사에 사정을 설명했지만 “IPO까지 기다리라”는 답변만이 왔습니다. 그루폰은 수수료가 아닌 거래액 전체를 매출로 잡고, 환불금액을 반영하지 않는 등 일련의 회계조작까지 일으켰을 정도로 대규모 상장공모에 몰두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상장 첫날 기업가치는 127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였던 200억달러에 크게 못미쳤고, 이후에도 실적 하락과 맞물려 주가가 계속 떨어졌습니다. 자연스레 그루폰코리아에 대한 자금지원은 계속 소홀해졌습니다.
여기에 한국시장 진출을 주도했던 로켓인터넷이 2012년 6월 그루폰의 지분을 정리하고 경영권에 손을 떼면서 황희승, 윤신근, 칼 요셉 사일런 등 핵심임원도 떠났습니다. 그루폰코리아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 위메프 사옥 (사진제공=위메프)
내부사정이 복잡했던 것은 위메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메프는 허민 대표가 100% 출자한 회사였던 만큼 오너에게 모든 의사결정권이 있었습니다. 그는 소셜커머스 사업에 대해 본질적인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현재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비즈니스 본질이 아닌 광고로 승부를 내려고 한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할인비용을 직접 떠안는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번 이들의 재무제표를 열어보고 싶다. 아마도 모두 적자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업을 잘 가꾸려는 게 아니라 외형을 키운 뒤 팔고 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든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직원 550명 중에서 영업인력 중심으로 절반 가까이를 내보내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 경영 효율화에 나섰습니다.
박유진 위메프 홍보실장은 당시 상황을 두고 “갈수록 회사사정이 절박해지는 가운데 분명 오너의 재력에 기대려는 분위기와 방만한 경영이 존재해 업무와 자질이 상이한 사람들을 위주로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허 대표는 새 사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습니다. 장소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지역포털을 만들어 네이버와 경쟁하겠다는 것입니다. 위메프는 장기적으로 500억원의 자금을 투입, 양질의 개발인력을 뽑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다시 정리해보면 “이제는 소셜커머스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았습니다.
◇ 소셜커머스 4사 트래픽 추이 (자료제공=코리안클릭)
결과는 지표로 바로 나타났습니다. 2011년 여름부터 그루폰코리아와 위메프의 트래픽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그루폰코리아의 경우 5월 가장 많은 월방문자수를 기록했으나 그 이후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제 분위기는 ‘빅4’ 업체가 시장을 과점했던 것에서 벗어나 티켓몬스터와 쿠팡의 2강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양사는 둘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가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생존을 위해 그 어떤 것도 감당할 준비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