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싸이, 류현진 모두 우등생은 아니었어요. 자기 특기 하나로 세계를 재패하고 있죠. 여러분도 오리가 되지 말고 자신만의 특기 한 가지를 키워야 합니다." (경기상고 1학년 9반 교실)
실내에서 시작된 수업은 야외(경복궁)에서도 이어졌다.
"사극에서 보면 '조정(朝廷)에 들라하라'는 말 자주 나오죠? 조정은 여러분들이 학교에서 조회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임금이 이곳에 신하를 불러다 회의하는 곳이에요."
◇김선태씨가 경복궁에 견학 중인 학생들을 상대로 문화해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지명 기자)
◇가르침이 천직..퇴직자 지원 프로그램 적극 활용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한 김선태(70세·사진)씨에게는 지금도 학생들 앞에 서는게 가장 익숙한 일이다. 김씨는 지난 1964년 교사로 발령받아 2006년 교장으로 퇴임하기까지 42년간 학생들을 지도했다.
정년은퇴로 교단을 떠났지만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가르치는 일이 그에게는 천직이다.
자원봉사로 시작한 문화해설사 일은 퇴임 이후 또 하나의 직업이 됐다. 그는 현재 경복궁에서 주 2회 정도 문화해설사로 활동한다.
퇴직한 그에게 가르칠 수 있는 무대를 찾기란 쉽지 않지만 이처럼 기업이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퇴직자 지원프로그램이 도움이 된다.
문화해설사는 정부가 퇴직자들을 위해 만든 공공부문 일자리다. 일정 교육을 받으면 활동할 수 있으며, 월 급여는 20만원 수준이다.
KT(030200)도 '시소'라는 이름의 은퇴자들의 재능나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 등 취약계층에게 재능을 나눠줄 수 있고, 전문강사가 되면 사회공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KT는 3년간 1000명의 은퇴자를 전문강사로 양성해 사회공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IT와 친해져야..부지런히 배우고 네트워크 갖춰야
그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그의 스마트폰이 끊임없이 울린다. 분단위로 일이 촘촘히 짜여있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정보화위원, TV 건강강사, 노인교육전문가, 노년유니온 위원장, 주례협회 회장 등 그가 내민 명함에는 그를 수식하는 말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퇴임하고나서 더 바빠졌습니다. 이곳 저곳 다니다 보니 감투도 쓰게 됐어요. 사실 전 교원연금도 있고 생활이 크게 어렵진 않아요.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을 보면 생활이 곤궁한 분들이 많아요.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지난 4월 노년유니온(노인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정부의 복지정책이나 노인일자리 지원 정책에 대한 찬반의견을 표하는 등 시니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그는 시니어들, 특히 막 은퇴한 은퇴초보자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들이 부지런히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스마트폰 등 IT기기 활용이 능숙하다. 뿐만 아니라 블로그 등 다양한 소설네트워크(SNS)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스마트폰이나 SNS 등 인터넷을 겁내지 않고 배우길 추천합니다. 무언가 할 수 있는 길이 보이고 네트워크도 형성돼죠. 부지런히 익히다 보면 아푸고 지루할 틈이 없어요."
하루하루를 바쁘고 보람차게 보내는 그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