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수술후 후유증이 생긴 경우 명백한 증거 없이 개연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의사에게 과실 책임을 인정할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안과의사 김모씨(46)가 환자 A씨(25ㆍ여)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김씨의 과실을 인정하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처럼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에게는 망막조직이 약화되어 별다른 외상이 없이도 항반원공, 망막박리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피고의 오른쪽 눈에서 발견된 황반원공이 수술상 과실과 연관되어 있다는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의사인 원고에게 의료과실의 존재를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의사인 원고에게는 안내렌즈삽입수술의 위험성으로 황반원공이 발생할 가능성을 설명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어겼고, 피고의 황반원공은 원고의 안내렌즈삽입수술로 인해 발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다만 원심은 원고의 수술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모두를 포괄해 단일한 위자료를 산정한 이상, 원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부분도 유지될 수 없어 모두 파기한다"고 밝혔다.
A씨는 2007년 1월 김씨로부터 '우안 난시교정용 안내렌즈 삽입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다음날 시력이 흐리고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자 김씨로부터 다시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A씨의 수술부위에서 망막조직에 구멍이 난 황반원공이 발견됐다.
이에 김씨는 삽입된 안내렌즈를 제거한 뒤 A씨에게 더 큰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고 A씨는 이후 탈색을 동반한 황반변병성이 있는 상태로 최종 교정시력이 0.04로 악화되자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이에 김씨는 자신에겐 과실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A씨도 김씨를 상대로 1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반소를 냈다.
1심 재판부는 수술 후 황반원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인정해 김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설명의무 외에 김씨에게 과실이 있었다며 7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경(사진출처=대법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