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 로드맵'의 핵심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다. 경제규모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고용시간 축소를 통한 일자리나누기는 사회적으로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지만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고용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를 둘러싼 논란과 진실 등을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정책 목표인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은 '시간제 일자리'다.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향후 5년간 240만개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이 중 38%에 달하는 93만개를 시간제 일자리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계획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고용률 70% 달성의 경우, 노동 유연성 확보와 동시에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8%를 유지해야 가능한 수치이기 때문. 결국 숫자 유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따갑다.
◇근로시간 단축해 일자리 나누기..5년간 시간제 일자리 93만개 확대
15일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4일 발표한 '고용률 70% 일자리 로드맵'의 핵심은 이렇다. 집권기간인 향후 5년간 총 238만개(연평균 47만6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지난해 64.2%(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64.8%)인 고용률을 2017년엔 고용 선진국 수준인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서비스업·중소기업 등의 창조경제 활성화,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3대 축으로 세워 연평균 4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면 고용률 70% 달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 가운데 최대 관심사는 '시간제 일자리'다. 정부는 일자리 로드맵에서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까지 개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을 1900시간 이하로 낮춰 시간제 일자리를 지난해 149만개에서 2017년 242만개로 62%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즉, 지난해 연간 2092시간인 1인당 근로시간을 2017년까지 1900시간으로 줄이면 시간제 일자리 93만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OECD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90시간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2250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OECD 평균(1776시간)보다는 314시간이나 많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먼저 공공부문이 선도해 민간부문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시간제 7급이하 일반직 공무원 경력경쟁 채용 시행 및 단계적 대상 확대, 기존 정원 재분류를 통해 시간제 근무 가능분야 발굴, 직제 개정시 시간제 공무원 정원으로 전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고용률 70% 달성에 대해 자신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 하반기 3% 성장세를 회복해 내년에는 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임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경제성장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고용률 70% 달성도 어렵다는 얘기다.
◇경제성장 뒷받침 안되면 '무용지물'..노동유연성 확보 수단도 없어
이런 가운데 시장의 반응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저성장으로 고착화되는 현실에서 고용 증가세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새 정부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년간 239만1000개, 연평균 47만8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이는 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전망 2011~2020'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4.1% 증가할 때 신규 일자리는 연평균 23만5000개에 그칠 전망"이라면서 "현재 한국의 경제구조에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년 내내 8%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뜻인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고용률 70% 달성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며 "매년 50만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쏟아내기란 쉽지 않다"고 불가능함을 톤만 낮춰 표현했다.
또 시간제 일자리 등을 통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정부 대책에서는 그 수단이 빠져있다는 지적도 매섭다.
야권과 일부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와 고용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유연한 근로는 고용 유연성을 전제로 한다. 박근혜 정부가 모델로 삼은 네덜란드·독일이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64~65%였던 고용률을 5~6년새 70%대로 올린데는 노사가 고용과 임금을 맞바꾼 타협이 있어서 가능했다.
재계 역시 개별 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과도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책적인 대안도 중요하지만 노동 유연성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면서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고, 결국 민간부문에서 늘려야 하는데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고용률 70% 달성 해법을 여전히 '노동시장 유연화', 특히 시간제 일자리 같은 허황되고 악용 소지가 다분한 방식으로 실현하겠다는 것은 문제"라며 "5년간 시간제 일자리 93만개를 늘린다는 건 고용률 70%란 수치달성만 하면된다는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