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지난해 미국 의약연구개발중심협회 PhRMA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신약개발을 통해 2010년 한 해 동안 65만개의 직접 일자리가 창출됐다. 또 400만개의 간접고용 효과를 불러오는 등 실업난 해소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
수익이 있기에 성장이 가능했고, 이는 고용창출 등 사회적 기여로 이어졌다. 힘은 신약에 있었다. 난치병 치료와 막대한 약가에 허덕대던 가계부담 하락 등은 '덤'이었다.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이 선행된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때로는 정부가, 때로는 민간이 주도하면서 총체적 지원이 이뤄졌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세계 시장에 내놓을 글로벌 신약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경쟁력이 답보상태에 머무르면서 해외 진출은커녕 국내시장 수성마저 어렵게 됐다. 일반의약품에 치중, 연구개발은 뒷전으로 밀렸고 신약이라 해봤자 복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야말로 '추락'이다.
◇정부, 연구개발에 5000억 투입..글로벌 신약 4개 출시 목표
책임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정부가 드디어 팔을 걷어 붙였다. 세계 10대 제약강국에 대한 청사진을 펼쳤다. 해답은 역시 글로벌 신약이었다. 일본정부가 1980년대 제약강국 실현 정책을 펼친 것에 비하면 30여년 늦었지만,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긴 만큼 국내제약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초석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글로벌 신약 4개 출시를 목표로 총 5000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쏟아 붓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의약품 수출 11조원을 달성, 세계 10대 제약강국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1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지난해 복지부가 발표한 Pharma 2020 비전(2020년까지 세계 7대 제약강국 도약) 달성을 위한 1단계 조치다. 핵심 과제는 ▲R&D 확대를 통한 개방형 혁신 ▲제약과 금융 간 결합 ▲전문인력 양성 ▲전략적 수출지원 ▲선진화된 인프라 구축 등이다.
정부는 우선 현재 2500억원의 제약 연구개발 지원 규모를 오는 2017년까지 2배인 5000억원으로 늘린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줄기세포치료제 등 유망분야에 대한 R&D 투자에 집중한다. 또 외국의 유망기술과 후보물질을 들여와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C&D(Connect&Development)를 촉진한다.
박인석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제약산업은 IT를 이을 차세대 성장산업”이라며 “이번 종합계획 수립이 세계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약업계 “경험 풍부한 글로벌기업과의 협력이 중요”
제약업계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도약의 계기로 삼자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R&D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약개발을 위한 국내기업과 다국적기업간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신약개발에 대한 경험과 기술력이 사실상 전무한 만큼 일단 다국적제약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원계획에 이어 다국적기업과의 다리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정책이 나오면서 국내기업과 글로벌 제약사들 간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최적의 시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다국적기업들도 국내기업과의 협력에 적극 협조할 뜻을 나타내고 있다. 김진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안이 도출된 것을 환영한다”며 “각 단계를 실행하는데 있어 국내기업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다국적, ‘공동신약’ 개발 박차..‘일석이조’ 효과
실제 국내기업과 다국적기업 간의 공동신약 임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신약개발에 있어 풍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들과 글로벌 전략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한미약품(128940)은 최근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노피아벤티스와 고혈압치료제 ‘아프로벨’ 공동임상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아프로벨'이 최종 시판될 경우 ARB(angiotensin receptor blocker) 고혈압치료제와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치료제를 최초로 합한 국내 복합신약이 탄생하게 된다.
녹십자(006280)도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녹십자는 미국제약사 제네렉스와 우두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재조합한 바이오의약품 ‘JX-594’ 항암제 공동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JX-594’는 암에서만 증식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동시에 인체 항종양 면역반응을 자극하는 항암제다.
LG생명과학(068870) 역시 공동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일본 모치다와 바이오시밀러에 제품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상업화 이후 LG생명과학의 오송 공장에서 완제품을 전량 생산해 국내와 일본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는 미국 워너칠코트와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출시 임상 3상을 마치고, 미국 FDA에 품목 허가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제약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연구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다양한 협력 및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충분한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