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아직도 '친노'와 싸우고 있다

장외선언 이후 더욱 노골적인 민주당 내분 유도..애당초 NLL 논란도 친노 겨냥

입력 : 2013-08-05 오후 4:58:14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이 연일 친노(親盧)를 겨냥해 날을 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한 것도 김한길 지도부가 친노 강경파들에게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태흠 의원은 5일 국정원 기관보고 기조발언에서 "민주당 일부 강경파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국정조사의 범위와 무관한 사람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하며 국조를 정쟁의 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조사를 NLL 포기 발언, 대화록 실종의 책임에서 벗어나 당내에서 입지를 굳히려는 저의와 국정원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임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면서 "이런 세력은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야당에서 북한의 선전·선동 부분은 쏙 빼버리고 댓글 활동만 부각시켜 정치 개입으로 몰아가는 것은 민주당 특정 정파의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 회피, 당권 경쟁 우위 확보 등의 불순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국조특위 야당 위원들의 대선 공정성 문제제기 배후에는 친노계 입김이 전적으로 반영됐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 여당 위원과 원내대변인을 겸하고 있는 김 의원은 민주당이 지난 1일 거리로 나간 첫 날에도 "소수 친노 강경파에 끌려 다니는 민주당 지도부가 안쓰럽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가졌다.
 
김 의원은 당시 "민주당의 지도부는 냉정을 찾고 소수 친노 강경파와 단절하고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최경환 원내대표(사진) 역시 같은 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결국 이번 사태를 조장한 민주당 강경파는 국정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공세의 장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스스로 판을 뒤집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의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박수현 기자)
 
결국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장외로 나간 첫 날부터 친노가 민주당의 행보를 좌우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국조 파행이 현실화되자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이라는 민주당의 기치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곡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친노와 비노(非盧)·반노(反盧)로 분리시켜 자중지란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27석 제1야당이 거리에서 일치단결해 시민들과 결합하면 2008년 촛불정국이 재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친노를 민생을 외면한 강경세력으로 규정하고, 김 대표 등 지도부와 친노를 분리시키는데 성공하면 내분 뿐만 아니라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의 화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국면에서 NLL 논란을 끈질기게 이어간 것 또한 친노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해 친노의 거센 반발을 촉발한 새누리당은 결국 문재인 의원으로부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제안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후 열람 과정에서 대화록 실종 사태가 불거졌고, 새누리당은 일거에 국정조사 국면을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시키는 소득을 얻었다.
 
현재까지 쏠쏠한 수확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는 새누리당의 '친노 때리기'가 민주당의 장외투쟁 전략에 있어서도 소기의 성과를 획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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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