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수도권은 국내 전력의 대부분을 소비하지만 전력자립도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보다 발전소 수가 적어 외부에서 생산되는 전력에 대부분 의존하는 셈이다. 수도권으로 쏠린 중앙공급형 에너지정책을 바꾸는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경기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에너지 분권화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서울시의 전력소비량은 4만6903GWh지만 발전량은 1384GWh에 불과해 전력 자립도가 3.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흥화력발전소 등을 보유한 인천의 자립도는 310%였지만 경기도의 자립도는 24.5%였다. 이에 따라 경기도 전체의 전력자립도는 56.7%였다.
◇지역별 전력 자립도(2011년 기준)(자료제공=경기개발연구원)
반면 한울·고리·월성 원자력발전소 등이 있는 영남지역의 자립도는 135.9%였으며, 당진·서천화력발전소 등을 보유한 충청지역은 전력자립도는 166%로 나타났다. 또 호남과 강원, 제주 지역의 자립도는 각각 136%, 75.9%, 77.6%로 조사됐다.
이번 보고서는 보면 그동안 발전소 건설에 따른 위험과 비용은 지방이 부담하지만 정작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수도권은 비용부담 없이 전력사용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지역별 전력수급이 불균형하다는 일반의 인식이 통계로 증명됐다.
고재경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전력수급 문제의 초점은 지역 간 전력수급 불균형보다 전력시설 설치를 놓고 중앙 정부와 지역 간 다툼에만 집중됐다"며 "에너지 문제는 중앙정부 책임으로 인식돼 지역에는 역할과 권한이 거의 없고 정책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전력계통도(2013년 1월 기준)(자료제공=경기개발연구원)
이에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을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공급위주형에서 수요관리형으로 바꾸고, 중앙집중형 에너지체계를 지역분산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 연구원은 "국내 전력소비는 점차 증가하는데 수도권에 대한 수요관리 없이 공급만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다"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비롯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 등 요금에 기반한 시장친화적 수요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력, 가스 등에 대한 계절·시간별 차등요금제를 강화하고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는 등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에너지 가격왜곡에 따른 수요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수도권에 열병합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수도권 수요는 수도권에서 충당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에너지 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고 에너지 포괄보조금을 도입하는 등 지역에 대한 에너지 정책 인프라를 조성해 에너지체계를 지역분산형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고재경 연구원은 "시·군 에너지 소비 특성에 따른 세부 실천전략을 수립하고, 에너지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우수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주민참여형 에너지전환 시범사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