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前 대검차장 "욕 안 먹는 변호사 되는 게 목표지요"

'검난' 사태 추스른 뒤 퇴임..'법무법인 인' 고문으로 변호사 생활 첫 발

입력 : 2013-08-22 오후 1:50:39
◇김진태 전 대검 차장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변호사 하면서 욕 안 먹는게 목표지요. 변호사 하면서도 반듯하게 산다. 이런 얘기를 듣고 싶어요."
 
변호사로 첫 발을 내디딘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61·사법연수원 14기)의 포부는 검찰에 재직하던 예전 모습 그대로 솔직·담백하고 소탈했다.
 
김 전 차장은 이른바 '검난(檢亂)' 사태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물러난 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 초까지 약 120일 동안 총장대행을 맡아 만신창이가 된 검찰을 추슬러 세운 인물이다.
 
한 전 총장의 후임 총장으로 막판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그는 동기였던 채동욱 당시 서울고검장이 검찰총장으로 확정되면서 검찰을 떠났다. 검사 생활 28년만이었다.
 
총장대행을 하는 동안 그는 검찰 구석구석을 챙겼다. 점심식사도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대검 구내식당에서 간부들과 함께 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대검청사 이곳저곳을 거닐면서 산책 중인 간부들의 얘기를 즐겨 들었다. 때로는 청사 건물 관리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
 
퇴임식 때 김 전 차장의 기념 영상 방영과 함께 퇴임사가 진행될 때에는 눈물을 훔치는 검사들과 직원들도 여럿 있었다.
 
그는 손꼽히는 특수수사 전문가다. 1995년 안강민 당시 중수부장과 함께 '노태우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비리사건 수사팀으로 활동했다.
 
97년에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사건을, 인천지검 특수부장 시절에는 임창렬 경기도지사의 부인 주혜란씨의 거액 수뢰사건을 수사했다.
 
또 2002년 대검 중수2과장 재직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비리사건을 수사하는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을 많이 맡아 매끄럽게 처리했다.
 
그런 그인 만큼 그가 검찰을 떠나기로 결정했을 때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로펌들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그는 모두를 마다하고 가족하고만 시간을 보냈다. 바쁜 공직생활로 그동안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던 가족들이 우선이었다.
 
"퇴임한 다음에는 놀기만 했어요. 한 30년 가까이 공직에 있으면서 참 바빴는데 여기저기 놀러 다니니까 참 좋습디다. 노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김 전 차장은 그의 말대로 검찰을 떠난 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4월3일 퇴임했으니 넉달 동안 휴가를 떠난 것이다.
 
긴 휴가를 마치고 김 전 차장은 법무법인 인(仁)의 고문을 맡아 지난 19일부터 서울 역삼동 사무소로 출근하고 있다.
 
법무법인 인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출신의 함윤근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전 차장은 "함 대표가 인품이 참 훌륭한 법조인으로 평소에도 좋아했다"며 함 변호사와 함께 일하게 된 동기를 털어놨다.
 
김 전 차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 출신인 함 변호사와 직접적인 학연이나 지연은 없지만 검사 재직시 세 번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김 전 차장이 2001년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으로 근무할 당시 함 변호사는 대검 연구관으로 재직 중이었고, 그가 2003년 서울지검 형사8부장을 맡았을 때 함 변호사 역시 서울지검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2006년에 김 전 차장이 부산지검 1차장검사로 재직할 당시 함 변호사는 산하 부장검사로, 부산지검 형사5부장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함 변호사는 2010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나 변호사가 됐으며 같은 해 법무법인 인을 설립해 현재까지 이끌어 오고 있다.
 
법무법인 인은 변호사 8명 규모의 부티크펌(boutique firm)으로 기업인수 및 합병과 기업 형사사건, 건설, 부동산, 금융,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최근 급부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평소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김 전 차장이지만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개업소연을 열지 않기로 했다. 화분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지인들이 섭섭해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 전 차장은 "결혼식 하객들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며 "마음이면 된다. 언제든 지나다 들려주면 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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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