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것도 다시 보자..막 달아오른 재제조 시장, 정부가 불 지펴야

입력 : 2013-09-13 오후 3:58:18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자원절약과 환경보호를 위해 제품을 개조·재조립하는 재제조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0년 전부터 도입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
 
이에 정부가 재제조 시장 육성을 위해 관련 기업을 지원하고 판로를 넓히는 한편 소비자 인식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제조(再製造, Re-manufacturing)란 사용이 끝난 제품을 분해해 부품을 다시 세척·검사·수리·조립한 후 신제품과 동일한 성능으로 상품화하는 것. 제품을 한 번 쓰고 버리기보다 성능을 개선해 재조립한다는 점에서 재활용과 차별화된다.
 
◇재제조 과정(사진제공=산업부)
 
재제조는 부품 재사용을 통해 자원을 절약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환경을 보고하고 신제품 성능을 가진 제품을 반값에 판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고 물가안정 효과가 있기도 하다. 또 재제조 산업 활성화에 따른 고용창출도 노릴 수 있다. 
 
이에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0년 전부터 재제조 시장 육성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시장 규모가 60조원에 달할 정도로 활성화됐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재제조에 대한 개념도 모르는 소비자가 많을 뿐 아니라 시장 규모 자체가 작은 실정이다. 
 
13일 최연우 산업통상자원부 기후변화산업환경과장은 "2010년 기준 국내 재제조 시장은 7500억원 규모로 품목도 자동차 부품과 프린터 토너카트리지 등 25개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시장규모가 63조원, 품목도 군수와 의료용품 등 121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국가별 재제조 시장 현황(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뒤늦게 재제조 시장 육성에 뛰어들어 지난 4일 국제 재제조 컨퍼런스 및 자원순환 전시회를 열고 재제조 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고 5월에는 롯데마트와 손잡고 재제조 토너카트리지 판매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느끼는 재제조 업체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재제조라는 말 자체에 '중고'라는 인식이 강하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선입견까지 있는데다 제도적으로 재제조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재제조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부품을 주문하는 대기업은 물론 소비자들까지도 순정부품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해 재제조라고 하면 무조건 뭔가 하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이나 유럽 자동차도 재제조 부품을 쓰는데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의 자료를 보면 미국은 전체 재제조 산업 중 자동차 부품 관련 산업 규모가 40% 이상이다. 일본은 지난 2002년부터 자동차 부품 재활용을 의무화해 도요타나 혼다 등 완성차 업체도 재제조 부품을 전략부문으로 육성 중이다.
 
◇재제조 과정을 거친 부품(사진제공=www.jenfab.com)
 
재제조 제품 인증도 걸림돌이다. 원제조 업체 제품을 재조립하는 재제조 특성상 원제품의 특허권과 시장수요를 침해한다는 비판적 여론이 존재하는 게 사실. 더군다나 재제조 제품에는 아직 국가표준산업 분류코드도 없어 시장통계 수집에도 제한이 많다.
 
최근 정부는 재제조 산업 육성을 위해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자동차 부품 등을 재제조 인증대상으로 지정했지만 프린터 토너카트리지 등은삼성전자(005930)를 비롯 캐논과 휴렛팩커드(HP) 등의 지정이 미뤄진 상태.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토너카트리지 하나에만 특허권 있는 부품이 4000개 넘게 들어간다"며 "원제조 업체로서는 소비자들이 계속 토너카트리지를 새로 사야 이윤이 남는데 재제조 업체가 이 과정에 끼어드는 셈이니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제조 업체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소비자 인식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본처럼 완성품에 재제조 제품 사용 의무사용 비율을 정하거나 재제조 업체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재제조라는 용어를 고치고 대형마트와 연계한 특별 상품전을 열어달라"고 제안했다.
 
◇재제조 제품 생산에 다른 비용 절감 효과(사진제공=산업환경지원본부)
 
원제조 업체의 지적재산권과 시장 침해에 대한 우려를 씻고 정부 인증 대상을 늘리는 것도 관건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특허권 논란은 민감한 부분"이라며 "그러나 재제조 업체가 제품에 반드시 '재제조'를 표기한다면 직접 지재권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고 정부도 원제조 업체와 재제조 업체의 공정 경쟁을 위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연우 산업부 과장은 "재제조 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넓히고 물가안정과 고용까지 늘리는 효과가 있어 저성장·고물가 시대에 적합하다"며 "우수 재제조 기업은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등 주요 판매창구와의 연결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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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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