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서머스 사퇴..'포스트 버냉키'는 옐런이 대세

입력 : 2013-09-16 오후 4:23:00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유력한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 후보로 지목됐던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의장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뒤를 이을 후임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으나 돌연 자진사퇴를 하면서 경쟁 후보였던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이 주목받고 있다. 
 
◇서머스 "국익 위해 내가 물러나야"..오바마 "아쉬워"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후보 명단에서 제외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서는 국익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사퇴 이유를 밝히고 향후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머스는 서한을 통해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목된 이후 자신에 대한 인증과정이 격해지고, 이는 회복세를 이어가는 미국 경기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서머스의 결정을 받아들인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서머스는 침체기 당시 미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며 "미국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있어 그의 전문적 지식이나 리더십은 결코 사소한 능력이 아니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이 나라를 대표해 그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서머스 전 장관을 강력하게 지지해왔다.
 
서머스는 하버드 대학교의 총재를 지낸 경제학자로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직을 역임하면서 민주당의 정책 엘리트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 침체기에 빠진 미국 경제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면서 백악관과 두터운 친분을 쌓아왔기 때문에 사실상 차기 의장 당선자라고 봐도 무방했다.
 
◇민주당까지 가세한 서머스 때리기 탓
 
그러나 서머스가 후보 사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인준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주당이 서머스를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흐름이 역전된 것으로 풀이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누구를 지지하든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라 사실상 민주당 의원들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민주당 중도파인 존 테스터 상원의원이 후보들의 청문회를 진행하는 상원은행위원회에 합류하면서 민주당 내 서머스 반대파는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총 22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상원은행위원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야 인준 표결을 받을 수 있지만 12명의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반대자가 4명이나 돼 과반수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서머스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그가 과거 미국의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데 앞장서온 인물이라는 점에 있다. 
 
그는 금융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경기부양을 시도했지만 미국 경제에 거품이 끼는 것은 막지 못했다. 
 
또 다수의 금융전문가들은 서머스와 금융기업 간의 유착 관계를 문제삼았다. 
 
실제로 그가 미국의 대형은행 시티그룹에서 고문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공공금융을 위해 일할지도 모르는 인물이 과거 사기업들과 깊은 유착 관계를 맺었던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머스는 시티그룹 외에도 나스닥 오엠에스 그룹과 벤처캐피탈 앤드리슨앤드호로비츠 등 대형 금융그룹의 고문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그의 사퇴 배경에 대해 단순히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정보수집 논란으로 비난을 받고, 시리아 사태에 대한 무리한 군사개입 주장으로 의회와 불협화음을 빚어오면서 의원들과 시장 관계자들이 오바마의 서머스 지지를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백악관 측이 후보 결정을 유보한 것도 서머스 반대세력들이 그의 자격 요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준 셈이 됐다.
 
◇시시해진 후보 경쟁, 옐런 선두..최초 여성 의장 탄생하나
 
이에 또 다른 유력 후보였던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이 선두에 서면서 최초의 여성 의장이 탄생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옐런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경영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를 지내고 지난 2010년부터는 연준 부의장직을 맡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는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연한 정책운영으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옐런은 버냉키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 정책을 주도해온 인물로, 일반적으로는 비둘기파로 분류되지만 정책방향이 치우쳐있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경제학자 350여명이 그를 지지하는 공동 서한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금융시장도 이를 반기는 눈치다. 옐런이 차기 의장직에 오를 경우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조쉬 바로 비즈니스인사이더 정치에디터는 "옐런 부의장은 연준 내에서 통화정책을 이끌었던 인물"이라며 "만약 그가 차기 의장이 된다면 양적완화 정책이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사진출처=유투브)
 
마이클 가펜 바클레이스 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서머스가 물러남으로써 민주당은 옐런을 강력 지지할 것"이라며 "옐런이 의장이 된다면 양적완화 정책은 향후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옐런 이외에도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과 티모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로저 퍼거슨 교원공제회의(TIAA-CREF) 전 회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당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가 인선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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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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