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채동욱 검찰총장의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이 재판부를 배당한 가운데 ‘법무부 감찰 무용론’이 또 다시 머리를 들고 있다.
채 총장이 지난 24일 정정보도청구소송과 함께 ‘유전자 감식 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하면서 사실상 법무부 감찰을 무력화 시켰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번 사건을 언론사건 전담재판부인 민사14부(재판장 배호근)에 배당하는 등 채 총장과 조선일보간 재판 진행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반면 법무부의 ‘진상조사’는 지난 15일 착수된 이후 열흘 넘게 진행됐으나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와 검찰, 법조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법무부 감찰관실은 현재까지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한 임모씨(54)의 친척들과 채 총장이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장검사 재직당시 함께 근무했던 검사 등 주변인물들에 대한 진술확보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채 총장이 감찰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감찰관실은 채 총장으로부터 진술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관실은 임씨에 대해서도 관련 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채 총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곧 감찰로 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진실규명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있기도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채 총장의 진술을 들을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감찰이 시작되면 채 총장은 감찰관실의 질문이나 요구자료 등을 제출해야 한다. 감찰관실은 채 총장이 직접 출석해 진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감찰 불응’ 입장을 밝힌 채 총장이지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감찰관실의 요구를 불응하게 되면 별건 징계대상이 되는데다가 여론이나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추석연휴 기간인 지난 22일 고검장 전원을 소집해 의견을 물은 것도 이에 대한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감찰로 전환되면 법무부 입장에서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고 불응 의사를 밝힌 채 총장은 어떤 식으로든 징계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감찰과정에서 여러 과거사가 들춰지고 주변인들이 조사를 받으면서 채 총장으로서는 현재까지 쌓아온 평판에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도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채 총장의 소송 제기로 감찰 진행의 실효성을 넘어 정당성 내지는 명분까지 위협받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들인 채 총장과 조선일보가 이미 사법부의 판단을 받자는 쪽으로 사실상 합의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역시 채 총장이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만약 진위규명이 늦어질 경우 관련 당사자들(채 총장, 임씨, 채모군)의 유전자 감정을 위한 증거보전 신청을 포함, 관련 법절차에 따라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진행에 따라서는 법무부의 감찰결과 발표 전에 1심 법원에서 채 총장의 유전자 감식 결과가 먼저 나와 상황이 종료될 수도 있다.
채 총장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동안 수세적인 입장을 벗고 임씨에게 유전자 감식을 하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또 법원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변론을 공개할 경우 채 총장과 조선일보측의 공방 과정에서 법무부 감찰관실이 미처 밝혀내지 못한 사실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결국 황 장관과 청와대로서는 의도와 목적이 어떻든 감찰지시와 사표수리 보류로 채 총장에게 흠집을 내 찍어냈다는 비판을 받을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전날 정정보도청구소송 제기에 앞서 "안타깝게도 이미 저에 대한 논란이 지나치게 확산된 상태이므로 설령 법무부의 조사결과 저의 억울함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어차피 제가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할 것"이라고 밝혀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체동욱 검찰총장(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