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출·퇴근 중 업무상 재해를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로만 제한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해당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서울행정법원이 "산재보험법 37조 1항 1호 다목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4대 5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과반수를 넘었지만 위헌결정 정족수 6명에 이르지 못해 합헌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사실상 헌법에 합치되지 않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다수인 만큼 해당 규정을 더 합리적으로 개정하라는 의미가 담긴 결정으로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산재보험제도는 원칙적으로 보험원리를 도입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관한 사업주의 무과실손해배상책임을 전보하기 위한 제도로서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아니하는 통상의 출·퇴근 행위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주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보험료 일부를 근로자가 부담하는 국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도보나 본인 소유의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수단 등을 이용하여 통상의 출·퇴근을 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무과실책임을 전보하기 위한 산재보험제도의 법적 성질과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으로써 초래될 산재보험 재정지출의 증가 등을 고려하면, 공무원과 달리 산재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의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강일원 재판관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출장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 통상의 출·퇴근 행위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근로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에 부합한다"며 "이와는 달리 심판대상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 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어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양모씨는 2011년 7월 집중호우로 회사 건물 일부가 침수되자 사장의 비상소집 지시를 받고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회사로 출근하다가 산사태를 당해 사지마비의 중상을 입었다.
양씨는 이후 업무상재해를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신청을 냈으나 공단은 출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양씨는 공단측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한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에 "해당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줄 것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산재보험법상 해당 조항은 근로자의 출퇴근 중 사고에 대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경(사진=헌법재판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