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최대 난제 '산업용 전기' 진퇴양난

입력 : 2013-10-04 오후 6:19:1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전기요금 개편을 앞두고 산업용 요금 인상 논란이 한창이다. 시민들은 공장에서 전기를 많이 쓰는 만큼 가정용보다 산업용 요금을 올리자지만, 기업은 산업용 요금이 많이 올랐고 추가 인상은 기업에 비용 부담을 준다며 불만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에 따르면 10월 중순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이 만들어질 예정인 가운데 11월쯤 전기요금 인상을 핵심으로 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 인상의 쟁점은 산업용 요금을 올리느냐 여부.
 
최근 한진현 산업부 제2차관도 "산업용 요금이 전력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고 있어 이런 부분은 정상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시민들과 에너지관련 시민단체는 매년 전력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전력수요를 줄이려면 전기를 많이 쓰는 중화학공업 등의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용도별 전력 사용량은 산업용(197억7000만㎾), 상업용(87억4760만㎾), 가정용(47억9394만㎾) 순이었다.
 
◇용도별 전력사용량(2012년 10월 기준)(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관계자는 "전력난은 전기요금 상대성 왜곡이 부른 부메랑"이라며 "가정에서는 비싼 전기요금 내기 싫어서라도 절전이 일상화 됐지만 산업계에서는 싼 전기요금이 곧 비용감소의 요인이기 때문에 전기를 펑펑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업은 가정용과 비교했을 때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 게 아닌데다 산업용 요금은 이미 충분히 올랐다고 반박했다. 또 과도한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고 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기철 한국철강협회 상무는 "가정용과 산업용 요금을 단순 비교하지 말고 사용 전압·시간대별로 구분해 계산하면 각 원가회수율은 가정용 86.4%, 산업용 94.4%"라며 "요금 인상률도 2011년부터 가정용이 7% 오르는 동안 산업용은 25%나 인상됐다"고 강조했다.
 
◇2000년 이후 전기요금 인상 현황(자료제공=한국철강협회)
 
정기철 상무는 국내 산업용 요금이 외국보다 낮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그는 "국가 간 발전체계 특성 때문에 전기요금을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일본이나 독일, 영국 등도 산업용이 가정용보다 더 싸다"며 "산업용 요금을 더 올리면 기업에 원가부담을 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물가가 오르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찬반 여론은 그야말로 '올려도 불만, 안 올려도 고민'인 셈. 이에 따라 전력정책 주무부서인 산업부는 민감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산업용 요금 인상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김준동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전력과소비와 비효율을 없애려면 에너지 가격의 상대성을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고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력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밝혔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최근이 논란에 대해 1차적으로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전력난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라며 "정부가 가정용과 산업용의 인상률을 다르게 해 가격의 상대성 왜곡을 일으켜 놓고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를 사용해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는 제철소(사진제공=뉴스토마토)
 
전기요금 논의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원가회수율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015760)이 적자 수익구조를 강조해 전기요금 인상 명분을 만들려고 원가회수율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과 가정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요금 논의를 못 하고 있다"며 "현행 전기요금이 원가회수율에 못 미친다는 한전의 일방적 주장 대신 제3자에 의한 원가 검증이 되도록 원가검증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산업계 역시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만 하기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은 그간 기업 경영위축과 물가상승 부담을 빌미로 전기요금 인상을 미뤘지만 이제는 물리적 한계에 왔다"며 "기업은 요금인상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원료비 감축을 통한 원가 인하, 구조적으로 과도한 전기 의존도를 낮추고 자가 발전기 가동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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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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