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팬택, '시크릿노트'에 명운 걸다!

선택과 집중..LTE-A 시장 노린다

입력 : 2013-10-10 오후 5:46:19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팬택이 생존할 방법은 더욱 팬택다워지는 것뿐이다. 장인정신이 녹아있는 혁신제품을 출시해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겠다!" (이준우 팬택 대표)
 
벼랑 끝에 몰린 팬택이 '베가 시크릿노트'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달 팬택 역사의 산 증인인 박병엽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첫 신작이다. 시크릿노트를 통해 생존으로의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침몰 속도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  
 
특히 지난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5432%, 유동비율은 채 100%(86%)조차 못 되는 등 재무구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어서 대내외적으로 시크릿노트의 성공은 필수적이다. 시장에 경쟁력을 입증할 적절한 신호를 주지 못할 경우 자금 확보는 더 애를 먹을 수도 있다.
 
내부 또한 추스려야 한다. 최근 무급휴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터라 내부 사기는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상황. 자칫 분위기 반전을 꾀하지 못할 경우 전열 재정비는커녕 조직 안정화조차 기약할 수 없다. 그만큼 팬택으로선 베가 시크릿노트의 성공이 절실하다.  
 
10일 서울 상암동 R&D센터에서 신작 베가 시크릿노트를 공개한 팬택은 다음주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통해 본격적인 시판에 돌입한다. 출고가는 경쟁작으로 삼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보다 약간 낮은 90만원대 중후반으로 책정됐다.
 
팬택은 당분간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보다는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수요가 높은 국내시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준우 대표는 "해외사업은 축소하되 일정한 이익이 담보되는 모델만 수출할 계획"이라며 "원가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업무효율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다.
 
◇팬택이 10일 공개한 스마트폰 신제품 '베가 시크릿노트'.(사진=뉴스토마토)
 
팬택은 이번 신제품 베가 시크릿노트의 판매 목표치로 50만대 수준을 책정했다. 올해 출시된 베가 넘버6, 베가 아이언 등의 전략 제품들보다는 다소 보수적으로, 그러나 현실적 목표치를 설정했다. 그만큼 팬택 내부적으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짙게 배어 있다.
 
시장 점유율도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한때 20% 수준을 자랑하던 팬택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현재 10%초반대로 급락했다. 삼성전자 독식이 여전한 상황에서 LG전자가 옵티머스G 프로, G2 등 플래그십 제품을 앞세워 팬택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제조력, 마케팅, 유통력 3박자가 어우러지면서 2위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팬택은 무리한 2위 싸움 재개보다는 시장 수요가 있는 LTE-A 라인업 구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박창진 마케팅본부장은 "그동안 LTE-A 수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LTE-A를 지원하는 베가 시크릿노트를 통해 (시장 점유율) 15%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단 흐름은 긍정적이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팬택의 부활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삼성, LG, 팬택으로 구성된 제조사 3인방 중 한 축이 무너질 경우 특정 기업에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통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다분히 삼성에 대한 견제 의도가 배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TE-A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아직 초기 단계며 품종도 많지 않다"며 "팬택이 적극적으로 이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경우 마케팅 측면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도 비장한 각오로 제품 홍보에 나선다. 이준우 대표는 "온갖 역량과 지혜를 동원해 이겨내는 클라이머(등반가)처럼 어려운 여정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더 이상 기업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근원적인 경쟁력 확보를 하겠다. 1년 안에 50년 영속할 새로운 초석을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팬택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곡면형 플렉시블(Flexible) 스마트폰 출시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해당 제품들이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혜택보다는 디자인 차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팬택의 지적이다.
 
문지욱 부사장은 "기존에 출시된 곡면형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PC 제품은 아직 초창기고, 고객이 생각하는 것만큼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서 출시된 모델들의 추이를 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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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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