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국감)삼성 노조 파괴 전략 실체 드러났다

노조 해산·교섭 거부·노노 갈등 유도 등 백화점식
철저한 보안 속 '사내 건전 인력' 점조직 비밀 가동, 노조 활동 방해

입력 : 2013-10-15 오전 8:52:25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삼성그룹의 노조 파괴 전략의 전모를 보여주는 문건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간 삼성그룹의 무노조 전략을 위한 불법·편법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실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사진) 정의당 위원은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하고 소문과 의혹으로만 떠돌던 삼성그룹의 노조 파괴 전략의 전모를 밝혔다.
 
지난해 1월 작성된 노사전략은 ▲2011년 평가·반성 ▲2012년 노사 환경과 전망 ▲2012년 노사 전략 ▲당부 말씀 등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심 의원은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한 온갖 수단이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기술돼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복수노조가 시행된 2011년, 그룹 계열사 전체에 대해 두 차례의 대응 태세 점검을 했다. 2만9000명을 대상으로 특별 노사교육과 모의훈련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복수 노조 도입 2년 차인 지난해 1~2월을 복수 노조 대응 체제 일제 점검 시기로 잡고, 이 기간 동안 전 사업장을 점검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 그룹이 주관하는 인사 임원 화상회의를 매주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은 복수노조와 관련해 그룹 내 분위기를 '면피에서 자만으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노조가 생길 가능성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강조했다.
 
삼성은 복수노조 시행 이전 그룹 내에서 '삼성 관계사에 무조건 노조가 생길 것'이라며 '우리 회사, 우리 부서가 1등으로(가장 먼저) 설립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면피 의식이 팽배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복수노조 시행 이후 6개월이 지나도 아무 문제가 없자 '복수노조 별 거 아니네', '조직 관리는 무슨…'이라며 긴장감이 이완되는 조짐이 보였다고 경고했다.
 
심 의원은 "기업이 복수노조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에 적응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삼성은 노조 와해를 위해 온갖 탈법과 불법적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저지를 위한 비밀 별동대를 가동한 정황도 포착됐다. 삼성이 명단을 철저히 보안 유지하고 점조직으로 운영하며 지속적인 신뢰 유지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한 정황도 문건에 담겼다. 
 
사내 건전 인력은 ▲방호 인력 ▲여론 주도 인력 ▲노조활동 대응 인력으로 구분된다. 외부세력 침투 시 동원되는 방호 인력의 경우 사전 명단 확보 후 유사시 집결 장소에서 신속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서원의 10%를 대상으로 한 여론 주도 인력은 직급과 성비 등을 고려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조직 내 집단 불만 및 노조 설립 징후 파악을 주 임무로 하며 임원과 부서장의 책임 하에 장기간 지속적 양성하고 정기적 면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활동 대응 인력은 사업장 총원의 0.5% 수준으로, 이들은 대자보 철거 등 사내 조합활동 방해, 회사 우호적 활동 전개를 주 임무로 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은 설립신고 단계와 세 확산 단계에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총동원해 노조 설립을 저지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가 와해되지 않았을 경우 교섭 개시 단계에서도 여전히 노조를 고사시키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 의원은 "삼성은 교섭이 개시되면 시간을 끌면서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실무협상을 통해 본교섭을 최대한 지연하면서 노조원 탈퇴 설득 등을 통해 (노조를)고사시킬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최초 이탈자가 발생하면 노조의 조직력이 급격하게 약화된다고 판단, 교섭 지연과 탈퇴 공장·노조 고사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삼성은 지난 2011년 이 같은 교섭 전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인사 담당 임원 167명, 협상 전문가 192명 등 모두 359명을 대상으로 모의 단체교섭을 총 4차례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정치권력을 압도하는 경제권력을 가진 삼성의 화려함의 이면에는 경영권 세습, 불법 비자금 조성, 그리고 무노조 신화라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며 "삼성이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 정치·경제·사회의 비중을 볼 때 무엇보다 삼성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 국민의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 한국사회가 견인차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삼성이 가진 권력과 지위에 걸맞게 우리 사회가 삼성에게 요구하는 책임도 그만큼 크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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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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