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법인의 대표자 아닌 종업원 등이 범칙행위를 할 경우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구 조세범처벌법 해당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4일 대전지법이 "구 조세범처벌법 3조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단, 같은 조 본문 중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 또는 재산에 관하여 범칙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서도 본조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종업원 관련 부분은 해당 규정이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해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가운데,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인의 대표자가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 법인도 처벌하는 규정 부분에 대해서는 "법인은 기관을 통해 행위하므로 법인이 대표자를 선임한 이상 그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는 법인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법인 대표자의 범죄행위는 법인 자신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이라며 "이를 두고 죄형법정주의상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주)아이디코리아는 대표자인 조모씨와 소속직원인 길모씨가 허위로 물품을 공급한 것으로 꾸며 허위로 세금 관련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조씨 등과 함께 기소됐다.
이후 아이디코리아는 "대표자와 소속직원인 종업원의 범죄행위로 회사법인까지 함께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1심을 진행 중인 대전지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헌법재판소)